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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住めば都:정들면 고향 어디까지를 우리는 ‘고향’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고향을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이라고 하면, 태어난 곳은 알겠지만, ‘자라다’라는 개념이 어디까지인지 정의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렇게나 ‘국경’이라는 개념이 희미해지고 자신이 살고 싶은 나라를 선택해 이주할 수 있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예컨대 이민 1.5세대나 흔히 말하는 ‘교포’는 어디를 고향이라고 부를까.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우리가 사는 곳이 한국과 가까운 일본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이방인처럼 느끼는 순간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게, 나를 타자(よそ者)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오래 살았던, 얼마나 익숙하던 영원히 이방인으로 대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할퀴어도 찢어지지 않는 얇고 투명한 막이 나를 .. 더보기
[여름레시피]믹서 없는 사람을 위한 콩국수 레시피 1인분, 10분 이내. 일본에서, 믹서 없는 사람이 만드는 여름 콩국수의 맛 필수 재료 두부 200g, 두유 200ml:사진의 두부 1/3 정도를 사용했습니다. 밀도 및 농도에 따른 양 조절이 필요합니다. 이 재료가 맛있으면 무조건 맛있게 됩니다. 알갱이 없는 땅콩버터 1/2스푼:깎아서 1 밥 수저, 혹은 욕망 없이 퍼서 1/2 밥 수저입니다. 면:아무거나 좋아하는 면 쓰세요. 저는 소면 사용했습니다. 큰 지퍼백 1개 부가 재료 깨 1스푼 고명용 재료:오이(적양배추로 대체 가능), 방울토마토 등 간 맞추기 재료:소금, 설탕 농도 맞추기 재료:얼음, 아몬드 가루 등 ①지퍼백에 깨 넣고 부수기(생략 가능) 깨 가루가 있거나, 깨 가는 기구가 있으면 그걸 쓰세요. 직접 빻을 시 성격 나빠질 수 있습니다. 저는.. 더보기
[일본생활공감]우왕좌왕 한본어 에피소드 모로 가도 뜻만 통하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일본어학교에서 만난 룸메이트와 살기 시작한지 어언 1년 하고도 반. 둘다 한국어와 일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다보니, 심심찮게 이야기 속에 두 나라의 언어가 섞인다. 더 놀라운 건 대화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아마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해본 경험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 예를 들면 부모님이나 형제가 일본에 놀러와서 나와 룸메이트의 대화를 듣는다면 ‘대체 얘네 뭐라는 거야?’하며 놀랄 것이 뻔하다. 일본의 맛있는 먹거리와 디저트에 진심을 다하는 룸메이트는 심심찮게 고급 파티세리의 디저트를 사오는데, 참으로 고맙게도 막입인 나의 몫도 꼭 챙겨온다. 그때마다 포장에 딸려오는 신상 메뉴 홍보물을 함께 읽어보는데 이것도 쏠쏠한 재미다. 우리의 대화.. 더보기
[화양연화]여름 편, 에필로그 일본에서의 마지막 여름 새파란 하늘 위로 소프트콘처럼 떠 오른 적란운, 초록 잎 사이로 눈부시게 부서지는 햇살, 자전거를 탄 학생들이 보여주는 짧은 소매의 하얀 궤적, 처음 일본 문화에 접했던 그날부터 세뇌당한 일본의 여름. 실상을 안 지금도 일본의 여름은 그렇게 남았다. 관념적이고, 낭만적으로. 화양연화의 프롤로그에서도 언급했지만,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한 2020년 겨울부터 시작된 내 강박증은 나를 갉아먹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잔업과 일본 정부의 어설픈 방역 대책으로 인한 불안감, 기침 및 마스크 착용 등의 매너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보는 피로의 축적은 감정 통제가 힘들어지는 병증으로 이어졌다. 과도한 정신력 소모에 심료 내과에 통원한 봄부터 진지하게 퇴직 의사를 회사에 비쳤다. 선배 디자이너에게.. 더보기
[일본음악]나만의 방구석 록 페스티벌 : 일본 록 페스티벌 라인업 따라 듣기 페스티벌에는 원격으로 마음만 보내 놓고 집에서 애플뮤직/스포티파이/유튜브로 즐기는 나만의 방구석 록 페스티벌, 라인업 따라 듣기. 일본의 주요 록 페스티벌 정보 ①FUJI ROCK 2022 (フジロック) 7월 말에 진행된 후지 록 페스티벌은 섬머소닉과 함께 해외 아티스트도 참여하는 페스티벌로, 1997년에 시작된 일본 록 페스티벌의 선구자로 불린다. 록 음악 외에도 EDM, 재즈, 포크, 컨트리 등 폭넓은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2022년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유튜브 라이브 실황 중계 콘텐츠를 준비해, 7월 말의 SNS 트렌드를 모두 '후지 록'으로 채우기도 했다. FUJI ROCK FESTIVAL '22|フジロックフェスティバル '22 FUJI ROCK FESTIVAL’22|T.. 더보기
[일본맛집]동남아 음식 탐방기 : 히로시마에서 동남아 히로시마에 온 지 3년이 되었을 때였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내리다 영롱한 사진 한 장에 시선이 멈췄다. 은쟁반 위에 아름답게 자리 잡은 쌀국수 사진이었다. 그러고 보니 히로시마에 와서 한 번도 쌀국수를 먹은 적이 없었지. 왜 없었지! 괜히 손해 본 기분이 들어 깊게 탄식하던 찰나, ‘이제부터 먹으면 되지.’라는 희망찬 결의를 품고 친구에게 쌀국수를 먹자는 연락을 했다. 그리고 약속 당일, 운 좋게 곧바로 그 식당의 자리에 앉을 수 있었고, 그 순간부터 나는 베트남에 있었다. 그냥 베트남에 가 있었다. 주변에 앉아있는 손님들이 다 베트남 사람이었다. 그리고 혼자 온 일본인 아저씨와 친구와 나, 이 세 명 만이 비(非) 베트남인이었던 것이다. 육성의 베트남어를 들은 게 오랜만이기도 해서, 간접 여행을 온 듯.. 더보기
[일본여행]동북3대 마츠리 기행 : DAY4 미야기 일본의 칠석, 타나바타 마츠리(七夕祭り)는 메이지 시대 이후 양력 7월 7일 전후로 열리는 것이 보통이지만 미야기현(宮城県)의 센다이 타나바타 마츠리(仙台七夕まつり)는 매년 8월 6일부터 8일까지 총 3일에 걸쳐 개최된다. 축제 시기가 되면 센다이 시내의 츄오도오리(中央通り)를 거점으로 지역 전체에 대규모의 장식을 거는데 대나무 장대에 종이로 만들어진 장식물은 그 형태에 따라 소원성취, 장수 기원, 장사 번성, 재해로부터의 안전 등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축제에 사용되는 장식은 다른지역에서 보내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미야기를 거점으로 하는 기업과 지역 주민들의 수공예품으로, 개성 가득한 장식의 디테일을 살펴보는 것도 타나바타 마츠리의 재미 중 하나. 센다이 타나바타 마츠리는 축제의 규모.. 더보기
[일본여행]동북3대 마츠리 기행 : DAY3 이와테현, 그리고 야마가타현으로. 동북 마츠리 투어 3일째는 이와테현(岩手県)의 츄손지(中尊寺)와 야마가타현(山形県)의 릿샤쿠지(立石寺) 견학으로 시작되었다. 이와테현(岩手県)의 츄손지(中尊寺)는 상아와 나전 세공, 각종 보석과 금으로 안팎을 장식해 불상을 극진히 모신 콘지키도 (金色堂)가, 창건 당시의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본당을 중심으로 한 참배길의 자연 풍경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 여담이지만 야마가타 현(山形県)의 릿샤쿠지(立石寺)는 통칭 야마데라(山寺)로 불리며 그 이름처럼 깎아지른듯한 절벽 위에 사찰이 위치해있다. 어느 쪽도 일본 동북 지방의 유명 사찰로서 시험문제에 자주 출제되기 때문에 여행업무 취급관리자(旅行業務取扱管理者) 보실 분들은 여기에 밑줄 쫙 별표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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