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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본생활]입욕예찬 괴로움과 우울에 찌든 직장인을, 입욕제를 푼 뜨거운 물에 넣고 20~30분 정도 삶아줍니다. 날이 추워지면 슬슬 걱정이 됩니다. 물리적으로는, 추위를 느끼면 몸을 움츠리는 일이 많아 근육이 뭉치기도 쉽고, 피하 지방이 마치 식은 소고깃국의 위에 뜬 지방처럼 굳어서 체질이 차가워지기도 쉽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항시 우울을 반려하고 있는 사람인지라, 날씨가 쌀쌀해지고 해가 짧아지면 쉽게 우울해집니다. 작은 일에도 쉽게 우울해지고, 그것이 오래갑니다. 추우면 그저 전기장판과 이불 사이로 쏙 들어가, 가만히 있고만 싶습니다. 요즘 세상엔 스마트폰과 전기만 있으면, 하루 종일 가만히 있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더욱, 이 ‘가만함’을 비집고 우울이 잘 스며듭니다. 그래서 행복하게 추운 날을 살기 .. 더보기
[에세이]住めば都:정들면 고향 어디까지를 우리는 ‘고향’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고향을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이라고 하면, 태어난 곳은 알겠지만, ‘자라다’라는 개념이 어디까지인지 정의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렇게나 ‘국경’이라는 개념이 희미해지고 자신이 살고 싶은 나라를 선택해 이주할 수 있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예컨대 이민 1.5세대나 흔히 말하는 ‘교포’는 어디를 고향이라고 부를까.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우리가 사는 곳이 한국과 가까운 일본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이방인처럼 느끼는 순간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게, 나를 타자(よそ者)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오래 살았던, 얼마나 익숙하던 영원히 이방인으로 대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할퀴어도 찢어지지 않는 얇고 투명한 막이 나를 .. 더보기
[포토에세이] 무구無垢함이 사라져도 무구無垢함이 사라져도 여름에 겨울 냄새 : 2010년 겨울 도쿄 그저 '일본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만 19세에 오사카로 유학을 떠나 맞이한 겨울방학 때였다. 학교 친구들 대부분이 일본 어디론가 여행을 간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난 도쿄에 가고 싶었다. 여행 책을 보며, 언제 가게 될지도 모르며 계획을 세웠다. 드라마를 보면서 '시모키타자와는 이런 곳이겠지', '아사쿠사는 저런 곳이겠지'하고 내 안의 도쿄는 점점 커져갔다. 하지만 돈이 없었다. 한 그릇에 100엔인 면과 국물만 있는 우동만 먹으며 버티던 시절이라 신칸센은 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야행 버스였다. 모든 게 처음이었기에 긴장했던 탓일까, 오사카에서 도쿄까지 달리는 8시간 동안 한숨도 자지 못한 채 신주쿠에 내던져.. 더보기
[일본문화]여름의 특별한 선물 이야기 여름과 부채라는 선물 쥘부채의 기원은 일본이라고 한다. 헤이안(平安) 시대 처음 세상에 등장해 현대의 일본까지 이어지고 있는, 어쩌면 진정한 의미에서 토산품일 쥘부채를, 여름이 되면 엄마에게 보내는 일을 매년 의식처럼 했었다. 시작은 다니던 대학의 산학협력 프로젝트로 에도(江戸) 부채를 만든 그 해의 여름부터. 도쿄의 장인과 함께 만든 그 부채를 엄마에게 보냈다. 한국에서도 손꼽히는 더운 도시, 대구 출신인 엄마는 유독 여름에 약했다. 프로젝트로 만든 작품을 내가 갖고 있는 것보다야 더 잘 써줄 사람에게 보냈으니 그걸로 끝인 줄 알았는데, 선선해지는 여름 끝물이 되면 그간 잘 쓰던 쥘부채를 늘 잃어버리셨다. 그 후로 날이 더워지면 자연스레 엄마를 위해 부채를 파는 매대를 돌아보게 됐다. 끝으로 갈수록 넓.. 더보기
4季4色:일러스트레이션 <봄> 처음 일본에 도착 했을 땐 유학생의 신분으로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어, 1년에 한번 있는 봄꽃 시즌에 꽃놀이를 가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금도 여전히 외출이 어려워 나가질 못하는 상황이지만, 조만간 역병의 유행도 끝나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시기가 오길 바라며, 꽃놀이를 나간 모습을 상상하며 일러스트로 표현했습니다. 도쿄도, 챈 게임이 좋고, 그림 그리는 것이 좋고, 맛있는게 좋은 오타쿠 직장인 더보기
첫,처음⑦:첫 봄나들이 신주쿠 교엔에서의 꽃놀이 일본에서의 첫 꽃놀이는 그렇게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입사하기 일주일 전에 일본에 들어온 나는 도쿄의 벚꽃을 보겠다는 야심을 가득 안고, 꽃놀이로 유명하다는 우에노 공원에 갔다. 그리고 꽃보다 많은 것 같던 인파에 묻혀 내 한 몸 쉬이 앉힐 곳을 찾지도 못한 채, 간단하게 먹으려고 사간 샌드위치마저 먹지 못하고 그대로 들고 집에 돌아왔었다. 그래서 나는 이 기억을 첫 꽃놀이로 여기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두 번째 봄엔 ‘이번엔 꼭 성공적인 꽃놀이를 하겠다’고 더 야무지게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나의 계획에 동참할 친구들도 모았다. 우리는 각자 집에서 자신이 만들 수 있는 최선의 도시락을 싸서 신주쿠 교엔에서 만나기로 결의했다. 그리고 우에노에서의 실패를 교훈 삼아 이번엔 사람이.. 더보기
나만의 기분전환법 : 봄이면 괜히 울렁이는 마음에게 봄이면 봄 날씨 따라 괜히 울렁울렁거리는 마음, 느껴보신 적 있나요? 온 세상이 분홍빛으로 물드는데, 여전히 나만 한겨울처럼 꽁꽁 얼어있는 것만 같은 외로움. 그럴 때 내 마음에게 처방하는 나만의 특효약, 나만의 노하우를 들려주세요. 나에게 봄은 = 코로나 때문에 한 번도 제대로 즐기지 못한 계절 변덕스런 봄 날씨처럼 괜스레 마음이 미묘하고 울렁거릴 때, 집 근처 돈키호테에 가서 불닭볶음면과 호로요이를 사서 먹습니다! 당신은 어떤 이웃? : 밖에서는 커리어우먼을 꿈꾸며 안에서는 고양이 두 마리 집사를 하고 있습니다. 나에게 봄은 = 새로운 한 해가 시작하는 설레는 계절 신나는 음악을 들어요. 스피커로 빵빵하게 음악을 듣다보면 어느새 신이 나서 자연스레 콧노래가 나오고 덩실덩실거리게 된답니다. 또, 바쁘게.. 더보기
My MIYAJIMA 미야지마의 석양, 2년의 기록 히로시마 서쪽 섬, 세계유산으로도 지정된 미야지마(宮島). 세계 각국에서 매일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에서 2년을 일했다. 대부분 이츠쿠시마(厳島)신사의 토리이(鳥居)를 보러 오지만 나는 미야지마의 석양을 좋아했다. 영업시간이 5시까지라 오후에 시내로 떠나는 것이 암묵적 룰인데,미야지마에 왔다면 석양까지 보고 섬을 떠나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미야지마의 석양은 매일 다른 얼굴을 갖는다. 진한 오렌지색부터 ‘밤하늘’이란 말이 바로 떠오르는 쪽빛을 가진 석양을 보여준다. 퇴근길, 페리를 타러 걸어가는 10분 동안 석양은 늘 나와 함께였다. 때로는 어깨를 감싸주듯 내 옆에서, 때로는 나를 품어주듯 내 앞과 뒤에서. 눈물을 꾹꾹 참으며 걷는 때에도, 잠시만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한 때도,가끔 행복한..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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