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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일본에서 그래픽디자인 하기 : 프롤로그 일본의 디자인, 또는 디자인에 대해 논하기엔 아직 새파란 신입입니다. 그래픽 디자이너라는 직함을 달고 밥벌이를 한 지 이제 갓 3년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명함에 ‘디자인 팀’ 또는 ‘디자이너’라고 적혀있는 것이 어색하기만 합니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미대입시를 준비하는 한국의 디자이너 양성의 기반을 생각하면, 내 명함의 존재 자체가 부끄럽기까지 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을 어릴 때부터 좋아해서 미술학원에 오래 다니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한국의 대학에서는 문학을 전공했고, 출판사를 다녔습니다. 디자인을 공부한 것은 일본의 디자인 전문학교에서의 2년이 전부입니다. 실무 경험도 아직 적습니다. 즉, 미술학도로써의 출신성분이나 내공도 말하자면 ‘성골’ 디자이너인 사람이 아니며, 실무 면에서도 많이 미숙한 사람입.. 더보기
[일본생활]일본에서 보내는 추석 도쿄에서 맞이하는 일곱 번째 추석이다. 올 추석에도 어김없이 명절 요리를 만들었다. 명절 요리에 빠질 수 없는 갈비찜과 잡채. 올해는 바라마지않던 넓은 주방을 갖춘 집으로 이사했기에, 명절 요리의 가짓수를 늘려볼까 싶어 모둠전을 추가했다. 저녁 식사에 초대한 오랜 벗이 예정보다 일찍 찾아왔다. 도와줄 거리를 찾지만, 손님은 손님. 의자에 앉혀 말 상대를 부탁했다. 여느 친구사이가 그렇듯,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다 빚어둔 동그랑땡을 부치고 있을 때쯤, 친구가 물었다. "이렇게 요리에 열성인 이유가 뭐야?"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이렇게 답해주었다. "향수병을 이기기 위한 나만의 처방전같은거야. 어떤 요리들은 엄마의 요리를 재현하는데 목적이 있고, 또 어떤 요리들은 그 요리들과 함께 했던 .. 더보기
4季4色:일러스트레이션 <여름> 한국과 비슷할 정도로 덥고 습한 일본의 여름 하면, 흔히 매체에서 접할 수 있던 축제를 떠올리곤 합니다. 사실 제대로 된 축제에 참여한 적은 손에 꼽기도 하고, 근 몇 년간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큰 축제가 열리지 못해 참가 또한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올해도 일부 지역에서는 축제가 열리긴 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 이전의 시대만큼 화려한 축제를 즐기기에는 아직 이른 듯합니다. 무사히 역병의 유행이 끝난다면 이전처럼 시끌벅적한 축제를 다시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연인이나 친구와 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멋진 불꽃놀이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을 담아 일러스트를 그려봤습니다. 도쿄도, 챈 게임이 좋고, 그림 그리는 것이 좋고, 맛있는게 좋은 오타쿠 직장인 2022.05.18 - [.. 더보기
[일본문화]여름의 특별한 선물 이야기 여름과 부채라는 선물 쥘부채의 기원은 일본이라고 한다. 헤이안(平安) 시대 처음 세상에 등장해 현대의 일본까지 이어지고 있는, 어쩌면 진정한 의미에서 토산품일 쥘부채를, 여름이 되면 엄마에게 보내는 일을 매년 의식처럼 했었다. 시작은 다니던 대학의 산학협력 프로젝트로 에도(江戸) 부채를 만든 그 해의 여름부터. 도쿄의 장인과 함께 만든 그 부채를 엄마에게 보냈다. 한국에서도 손꼽히는 더운 도시, 대구 출신인 엄마는 유독 여름에 약했다. 프로젝트로 만든 작품을 내가 갖고 있는 것보다야 더 잘 써줄 사람에게 보냈으니 그걸로 끝인 줄 알았는데, 선선해지는 여름 끝물이 되면 그간 잘 쓰던 쥘부채를 늘 잃어버리셨다. 그 후로 날이 더워지면 자연스레 엄마를 위해 부채를 파는 매대를 돌아보게 됐다. 끝으로 갈수록 넓.. 더보기
4季4色:일러스트레이션 <봄> 처음 일본에 도착 했을 땐 유학생의 신분으로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어, 1년에 한번 있는 봄꽃 시즌에 꽃놀이를 가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금도 여전히 외출이 어려워 나가질 못하는 상황이지만, 조만간 역병의 유행도 끝나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시기가 오길 바라며, 꽃놀이를 나간 모습을 상상하며 일러스트로 표현했습니다. 도쿄도, 챈 게임이 좋고, 그림 그리는 것이 좋고, 맛있는게 좋은 오타쿠 직장인 더보기
첫,처음⑦:첫 봄나들이 신주쿠 교엔에서의 꽃놀이 일본에서의 첫 꽃놀이는 그렇게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입사하기 일주일 전에 일본에 들어온 나는 도쿄의 벚꽃을 보겠다는 야심을 가득 안고, 꽃놀이로 유명하다는 우에노 공원에 갔다. 그리고 꽃보다 많은 것 같던 인파에 묻혀 내 한 몸 쉬이 앉힐 곳을 찾지도 못한 채, 간단하게 먹으려고 사간 샌드위치마저 먹지 못하고 그대로 들고 집에 돌아왔었다. 그래서 나는 이 기억을 첫 꽃놀이로 여기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두 번째 봄엔 ‘이번엔 꼭 성공적인 꽃놀이를 하겠다’고 더 야무지게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나의 계획에 동참할 친구들도 모았다. 우리는 각자 집에서 자신이 만들 수 있는 최선의 도시락을 싸서 신주쿠 교엔에서 만나기로 결의했다. 그리고 우에노에서의 실패를 교훈 삼아 이번엔 사람이.. 더보기
나만의 기분전환법 : 봄이면 괜히 울렁이는 마음에게 봄이면 봄 날씨 따라 괜히 울렁울렁거리는 마음, 느껴보신 적 있나요? 온 세상이 분홍빛으로 물드는데, 여전히 나만 한겨울처럼 꽁꽁 얼어있는 것만 같은 외로움. 그럴 때 내 마음에게 처방하는 나만의 특효약, 나만의 노하우를 들려주세요. 나에게 봄은 = 코로나 때문에 한 번도 제대로 즐기지 못한 계절 변덕스런 봄 날씨처럼 괜스레 마음이 미묘하고 울렁거릴 때, 집 근처 돈키호테에 가서 불닭볶음면과 호로요이를 사서 먹습니다! 당신은 어떤 이웃? : 밖에서는 커리어우먼을 꿈꾸며 안에서는 고양이 두 마리 집사를 하고 있습니다. 나에게 봄은 = 새로운 한 해가 시작하는 설레는 계절 신나는 음악을 들어요. 스피커로 빵빵하게 음악을 듣다보면 어느새 신이 나서 자연스레 콧노래가 나오고 덩실덩실거리게 된답니다. 또, 바쁘게.. 더보기
My MIYAJIMA 미야지마의 석양, 2년의 기록 히로시마 서쪽 섬, 세계유산으로도 지정된 미야지마(宮島). 세계 각국에서 매일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에서 2년을 일했다. 대부분 이츠쿠시마(厳島)신사의 토리이(鳥居)를 보러 오지만 나는 미야지마의 석양을 좋아했다. 영업시간이 5시까지라 오후에 시내로 떠나는 것이 암묵적 룰인데,미야지마에 왔다면 석양까지 보고 섬을 떠나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미야지마의 석양은 매일 다른 얼굴을 갖는다. 진한 오렌지색부터 ‘밤하늘’이란 말이 바로 떠오르는 쪽빛을 가진 석양을 보여준다. 퇴근길, 페리를 타러 걸어가는 10분 동안 석양은 늘 나와 함께였다. 때로는 어깨를 감싸주듯 내 옆에서, 때로는 나를 품어주듯 내 앞과 뒤에서. 눈물을 꾹꾹 참으며 걷는 때에도, 잠시만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한 때도,가끔 행복한..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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