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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화양연화]여름 편, 에필로그 일본에서의 마지막 여름 새파란 하늘 위로 소프트콘처럼 떠 오른 적란운, 초록 잎 사이로 눈부시게 부서지는 햇살, 자전거를 탄 학생들이 보여주는 짧은 소매의 하얀 궤적, 처음 일본 문화에 접했던 그날부터 세뇌당한 일본의 여름. 실상을 안 지금도 일본의 여름은 그렇게 남았다. 관념적이고, 낭만적으로. 화양연화의 프롤로그에서도 언급했지만,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한 2020년 겨울부터 시작된 내 강박증은 나를 갉아먹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잔업과 일본 정부의 어설픈 방역 대책으로 인한 불안감, 기침 및 마스크 착용 등의 매너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보는 피로의 축적은 감정 통제가 힘들어지는 병증으로 이어졌다. 과도한 정신력 소모에 심료 내과에 통원한 봄부터 진지하게 퇴직 의사를 회사에 비쳤다. 선배 디자이너에게.. 더보기
[화양연화]봄 편 연호라는 개념은 알지라도 어딘지 모르게 낯선 단어이다. 헤이세이(平成)가 끝나고, 레이와(令和)가 새 연표로 공표되던 2019년 4월 1일. 그날의 이상한 기분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회사가 납품이나 그 피드백으로 바쁠 월초에, 다 같이 방송을 보고 ‘헤이세이도 끝이구나’라던가, ‘만요슈(万葉集)에 나온 유서 깊은 단어'라던가 이야기하며 웅성거리던 그 분위기. 그 속에서 외국인인 난 낙동강 오리알 같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헤이세이의 끝, 레이와의 처음에 대해 할 이야기가 없지만은 않다. 레이와, 처음으로 중국 고전이 아닌 일본 고전에서 따온 연호. 후쿠오카현 다자이후시(福岡県太宰府市)에서 유래한, 매화를 노래하는 연회의 구절로부터 따온 연호라고 한다. 인연이라면 인연일까, 무려 10 연휴나 됐던 헤이세이.. 더보기
[화양연화]가을편 화양연화 : 가을 편 높은 습도로 통 속의 찐만두가 되었던 지난 계절을 생각하면, 공기에 선선함이 묻어나오는 가을은 짧아도 감사한 계절이다. 나는 겨울에 태어나서 그런지 유독 여름에는 수면을 부유하는 해파리처럼 활기를 잃고 지내기 일쑤여서, 겨울로 넘어가는 가을의 아이덴티티를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천고마비의 가을이라고 먹을거리가 풍족해지는 게 아주 좋다. 무나 가지, 밤같이 가을 하면 꼭 먹어줘야 할 식자재가, 누구나 마음속 한 켠에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버섯인데, 전술과 달리 버섯을 아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팽이버섯이나 양송이와 같이 도시에서 주로 소비할 법한, 그리고 이미 인공재배가 가능한 종류의 버섯만을 먹어왔었다. 그런 나에게 회사 팀장님의 나가노(長野)로 떠나는 버섯 따기 여행 제안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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