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겨울

My MIYAJIMA 미야지마의 석양, 2년의 기록 히로시마 서쪽 섬, 세계유산으로도 지정된 미야지마(宮島). 세계 각국에서 매일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에서 2년을 일했다. 대부분 이츠쿠시마(厳島)신사의 토리이(鳥居)를 보러 오지만 나는 미야지마의 석양을 좋아했다. 영업시간이 5시까지라 오후에 시내로 떠나는 것이 암묵적 룰인데,미야지마에 왔다면 석양까지 보고 섬을 떠나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미야지마의 석양은 매일 다른 얼굴을 갖는다. 진한 오렌지색부터 ‘밤하늘’이란 말이 바로 떠오르는 쪽빛을 가진 석양을 보여준다. 퇴근길, 페리를 타러 걸어가는 10분 동안 석양은 늘 나와 함께였다. 때로는 어깨를 감싸주듯 내 옆에서, 때로는 나를 품어주듯 내 앞과 뒤에서. 눈물을 꾹꾹 참으며 걷는 때에도, 잠시만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한 때도,가끔 행복한.. 더보기
Get Lucky!! 일본에서 행운을 바라고 샀던 럭키 아이템 이야기. 당첨되지 않아도 어때요, 재밌잖아요. What's in my Lucky bag? 후쿠부쿠로福袋 2018년 연말. 한국에 갔다 온 지 별로 지나지 않아 연말을 일본에서 보내기로 했다. 계획을 세우기 위해 유튜브를 보다가, 후쿠부쿠로라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일명 ‘럭키 박스’ , 보통 연말연시에 많이 파는데, 내용물은 모르는 채로 가격만 보고 구매하는 상품이다. 보통 구매가의 동일가 혹은 이상의 물건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가끔 재고 처리를 위한 물건도 끼어있다. 즉 랜덤. 즉흥적인 성격인 나에게 너무 재밌을 것 같았다. 그렇게 1월 1일 제일 가까웠던 백화점, 이케부쿠로 선샤인 시티를 직접 돌아보기로 했다. 새해 당일. 아뿔싸. 느긋하게 나왔더니 오.. 더보기
[PICK UP]Song of the year 2021 새해에 처음 듣는 노래의 가사대로 한 해가 흘러간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그래서 노래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작년에 가장 많이 들은 노래부터, 슬플 때 위로가 되는 노래까지, 이웃 에디터들의 2022년 겨울호 추천곡 플레이리스트. 마지막 순간에 난 다시 일어서 마이앤트메리(My Aunt Mary)의 '한국의 박카스 CF에 삽입돼 널리 알려진 곡'이라 하면 어떤 분위기일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다리에 힘이 빠져 그만 주저 앉아 울고 싶을 때'로 시작하는데, 노래를 끝까지 다 듣고 나면 그럴 때 어떻게 하면 될지 알 수 있다. 봄날 잔디밭에서 듣기 좋은 라이트한 밴드 사운드에 피아노와 브라스가 곁들여진, 마이앤트메리의 명곡. 도쿄도, 에이타 強くなれ涙目 前を向いて 新しい私へ会いに行くよ .. 더보기
일본 겨우살이: 방한용품 이야기 펄펄 끓는 온돌 바닥에다가 호떡처럼 배와 등을 뒤집어가며 몸을 '지져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인 이웃들은, 일본의 겨울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요. 국소(?) 난방 대작전 유탄포 유탄포(湯たんぽ)는 돌려서 여닫는 뚜껑이 달린 물주머니다. 촉감이나 디자인을 위해 천 커버를 세트로 파는 제품도 있다. 질기고 두꺼운 고무로 만들어진 유탄포에 뜨거운 물을 붓고 뚜껑을 닫으면 준비 끝. 책상에 앉아 일할 때 무릎에 올려놓거나, 껴안고 책을 보거나 한다. 온몸을 구석구석 지져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인에게 유탄포는 시시할지도 모르지만, 일정 부위에 강력한 따뜻함을 원할 때 이만한 게 없다. 생리통 때문에 배가 당겨 오거나 허리가 아플 때, 겨울에 온몸을 움츠리느라 무릎 관절이나 어깨가 아플 때, 끓인 물을 담은 유탄포를 .. 더보기
[PICK UP]한 해 동안 수고한 나에게 주는 선물 언제나 내 곁에 음악을 두기 에어팟 2세대 아지랑이가 피는 봄, 졸린 눈을 뜨려고 출근 전철 안에서 과격한 트랜스코어 메탈을 듣고 있었다. 어느 여성분이 친절한 목소리로 ‘저기, 이어폰 소리가 새고 있어요.’라며, 닳을 대로 닳아 절연테이프를 감아 쓰고 있던 내 유선 이어폰의 사망을 확인해줬다. 그 무렵 긴급사태 선언으로 재택근무가 시작됐다. 음악을 밖에서 들을 일도 줄었다. 이어폰을 새로 사야 한다는 것도 그간 잊어버렸다. 출근이 시작되고서야 알아챘다. 음악의 빈자리를. 에어팟 2세대는 신 기종 에어팟 프로보다 가격이 저렴한 대신,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없다. 사실 주변 소리가 완전히 차단되는 게 무서웠고, 에어팟 프로보다 배터리 수명이 긴 것이 좋았다. 귓구멍이 작아서 떨어지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 더보기
[PLACE] 찬바람 불면 생각나는 오뎅 국물이 담백한 오사카식 오뎅 맛집 花くじら 本店 JR 오사카 순환선(環状線) 후쿠시마역(福島駅)에서 나카노시마 방향으로 걷다 보면 후쿠시마 텐만구(福島天満宮) 옆 작은 골목에서 오사카 제일의 오뎅 맛집을 만날 수 있다. 본점은 카운터 14석의 작은 노점(屋台)으로 운영되어 마치 더보기
히로시마 카레 The love : 카레맛집 탐방기 카레가 좋다. 노란 카레, 빨간 카레, 초록 카레, 어느 색이든 좋다. 소고기, 양고기, 닭고기, 해산물 어떤 재료가 들어가도 상관없다. 카레라면 다 좋다. 그중에서도 인도 정통 카레를 가장 좋아한다. 난과 함께 먹는 북인도 스타일도 좋고 밥과 먹는 남인도 스타일도 좋다. 코를 자극하는 각종 향신료의 향기와 한입 먹었을 때 혀를 통해 전달되는 다채롭고 자극적인 맛과 삼킬 때 코를 통해 느껴지는 풍미도 좋다. 대학교 시절 교환학생으로 간 오사카에서 처음으로 인도 카레를 먹었을 때였다. 그전까지 내게 카레란 급식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먹는 음식이란 인식 외에 특별함은 없었다. 그러다 오사카에서 유학생 친구들과 우연히 들어간 카레 가게에서 나는 충격을 받았다. 한국에서 먹던 ○뚜기 카레와는 전혀 다른 카레였기.. 더보기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 지금의 자신을 다그치고 있다면 한국의 대형병원 정신의학과를 다닌 지 3년째가 되는 1월에 마지막 진료를 받고, 2개월 뒤 일본에 왔다. 나는 마지막 진료일에 한국의 정신과 의사가 해준 말을 떠올렸다. “일본에 가면 지금의 상태는 우선 크게 나아질 겁니다. 지금 당신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들이 모두 0으로 돌아가니까요. 하지만, 새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하면 또 새로운 우울과 스트레스가 생길 겁니다.” 그 말은 옳았고, 곧 일본의 심료 내과에 다니기 시작했다. 중간에 몇 번 병원을 옮기긴 했지만, 지금 다니고 있는 곳은 이사를 하고도 꾸준히 다니고 있다.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일본인 의사는 내게 ‘너무 자신을 옥죄지 말아요.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라고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 가끔 신경이 곤두서 있을 때는 그가 대충 좋은 말만 해.. 더보기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