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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일본에서 그래픽디자인 하기 : 프롤로그 일본의 디자인, 또는 디자인에 대해 논하기엔 아직 새파란 신입입니다. 그래픽 디자이너라는 직함을 달고 밥벌이를 한 지 이제 갓 3년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명함에 ‘디자인 팀’ 또는 ‘디자이너’라고 적혀있는 것이 어색하기만 합니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미대입시를 준비하는 한국의 디자이너 양성의 기반을 생각하면, 내 명함의 존재 자체가 부끄럽기까지 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을 어릴 때부터 좋아해서 미술학원에 오래 다니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한국의 대학에서는 문학을 전공했고, 출판사를 다녔습니다. 디자인을 공부한 것은 일본의 디자인 전문학교에서의 2년이 전부입니다. 실무 경험도 아직 적습니다. 즉, 미술학도로써의 출신성분이나 내공도 말하자면 ‘성골’ 디자이너인 사람이 아니며, 실무 면에서도 많이 미숙한 사람입.. 더보기
[ISSUE]안녕하세요 ? : 요즘은 어떠세요? 코로나19는 모두의 일상을 좋든 나쁘든, 크게 바꿔 놓았다. 이 혼란 속에서도 바뀌지 않은 것은, 모두가 행복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요즘은 어떠세요? 그래도 운동은 계속 되어야 한다 원래 이렇게 운동에 미친(?) 자는 아니었다. 꾸준히 하던 운동은 7년 전부터 계속해오던 발레정도? 그마저도 일본으로 이사하기 직전과 일본에 온 직후에는 이런저런 준비 및 적응으로 바빴고, 작년 3월부터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집 안에만 콕 박혀있었다. 혼자 있으면 딱히 챙겨 먹지 않는 타입이라서, 20살 이후 인생 최저 몸무게를 찍었다. 그리고 나의 근육은 살살 녹아만 갔다...(!) 어느 날, 마르다 못해 야윈 내 몸을 보고 머릿속에서 사이렌이 울렸다. 실제로 잔병치레가 많아진 느낌도 있었다. 체력.. 더보기
[ISSUE]별 일이 다 있었습니다. 2년 만에 도착한 한국 하루만에 다시 일본으로 2020년 2월 말, 전문학교의 졸업작품 전시회를 마쳤다. 졸업식까지 남은 시간은 보름 정도. 이 보름은 내 인생의 마지막 봄 방학이었다. 첩보작전을 방불케하는(?) 체계적인 봄 방학 계획은 이랬다. 시모노세키시(야마구치현)에 사는 친척을 뵈어야 해서, 부모님과 시모노세키시에서 합류하고, 거기서 부산으로 가는 여객선을 타고 입국해, 부산 집에서 하루를 쉰다. 그리고 KTX를 타고 서울에 가서 대학 친구들 집에 묵으며 시간을 보낸 뒤 인천국제공항에서 일본으로 출국하는 것. 일본 국내도 관동을 벗어나 본 건 처음이라 야마구치에서 보낸 시간도 즐거웠고, 부모님도 오랜만에 만나 너무나 반가웠다. 그렇게 시모노세키에서 부산으로 가는 배를 타는 단계까지는 완벽했다. 배.. 더보기
야외석이 매력적인 도쿄의 레스토랑과 카페 요즘 부쩍 찾게 되는, 야외석이 매력적인 레스토랑과 카페 다이칸야마의 하늘아래 먹는 멕시칸 요리 아시엔다 델 시엘로_Hacienda del cielo アシエンダデルシエロ 다이칸야마의 한가운데 빌딩이 높게 솟은 메인 거리의 한 건물, 사람들이 줄지어 들어가는 이상한 길을 따라 들어가니 한 엘리베이터가 나온다. 그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고 9층으로 올라가면 오늘의 목적지 ‘하시엔다 델 시엘로 Hacienda del cielo’가 나온다. 한층 넓게 탁 트인 넓은 실내와 중앙에 화려하게 위치한 칵테일 바, 그리고 들어가는 길에 보이는 거대한 오픈 키친, 눈길을 끄는 실내장식을 구경하며 안내해주는 직원을 따라가면 야외에 시원하게 펼쳐진 좌석에 앉을 수 있다. 역시 예약한 보람이 있는 것 같다. 밝은 햇살 아래에서.. 더보기
[화양연화]프롤로그 10년.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을 일본에서 보냈다. 10대의 끝자락에 도쿄의 한 ​미술대학에 진학해, 20대의 끝자락에서 1년 늦은 2020 도쿄 올림픽・패럴림픽과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들썩이는 일본을 뒤로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일본에서 보낸 10년의 이야기를 여기에 풀고자 자그마한 자리를 얻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일본에서도 확산세였던 2020년 겨울, 나는 일시 귀국했다. 회사가 감사하게도 여러모로 사정을 봐주어, 한국에서 한 달간 재택근무를 하게 됐기 때문이다. 처음 발을 딛는 인천 국제 공항에서 유증상자로 분류되어 코가 쑤셔지는 가운데, 나는 생각했다. 살았다. 당시의 나는 죽어가고 있었다. 편도 1시간 거리의 회사에 가기 위해 텅 빈 토자이(東西)선을 타면서, 내가 탄 차량의 창문이 전.. 더보기
6월의 보너스 2020년 6월 나는 직장이 아닌 과거의 나로부터 예상치 못했던 보너스를 받았다. 총 47장의 공연 티켓에 해당하는 약 413,600엔의 환불금.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인한 긴급사태선언 발령과 함께 일본 내 연극, 뮤지컬, 발레, 라이브 등 모든 공연 및 이벤트가 중지되었고, 환불이나 취소 표 혹은 양도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던 일본의 공연 문화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노르마(Norma)’라는 용어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 개념이 일본의 공연 문화가 돌아가는 가장 심장부에 있기 때문이다. 영어로는 Production Quota라고 하는 이 노르마라는 시스템은 공연 출연자에게 기본적인 수입을 보장하기 위한 일환으로서 시작되었다. 주최자는 출연료의 일부를 돈이 아닌 티켓.. 더보기
[일본여행]나가노현 가미코치에서의 우중 산책 재택근무 2년 차, 서당 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던데 집에서만 생활한 지 2년이 되어가자 이제 집안일의 달인이 되다 못해 집에서 혼자 노는 것에도 도가 텄다. 특별히 무언가 하지 않아도 어느새 시간이 사라져버리는 나날들의 연속,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해진 생활에도 익숙해졌다. 그러나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욕망이 있다. 이 좁은 방을 벗어나 광활한 자연을 만끽하고 싶은 욕망! 바다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내 친구는 이런 현상을 ‘혈중 바다 농도가 떨어진 상태’라고 표현하던데, 그렇다면 나는 비슷한 맥락으로 ‘혈중 여행 농도가 떨어진 상태’일 것이다. 이 여행농도를 올리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여행을 떠나는 것. 그렇게 결정한 여행지는 나가노에 있는 가미코치(上高地)다. 가미코치는 나가노현(長野)에 위치한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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