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 그래픽디자인 하기 일본에서 그래픽디자인 하기 3화 : 일본어 서체 이야기 (1) 일본의 디자인 회사에서 일을 하신다면, 대체로 회사차원에서 서체의 라이센스를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을 겁니다. 물론 서체의 영향이 덜한 디자인 회사라면 무료 폰트(이를테면 구글 폰트나 어도비 폰트 등)를 사용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이번 화에서는 일본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시거나, 관련 업계에서 일을 시작하신다면 반드시 듣게 될 두 서체 디자인 회사, 모리사와와 폰트웍스를 소개하면서, 각 회사의 유명한 서체, 쓰임새가 좋은 서체들을 2부작, 길면 3부작으로 적어가려 합니다. 그전에, 제가 '일본어의 서체'에 관해 겪었던 작은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옆으로 넘겨서 보세요) 모리사와(モリサワ、Morisawa) 모리사와는 일본에서 디자인 일을 한다면 모를 수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기업입니다. 한국의 .. 더보기
- 일본에서 그래픽디자인 하기 일본에서 그래픽디자인 하기 2화 : 서체의 탄생 일본에서 그래픽디자인 하기 2화 : 서체의 탄생 1화에서 세로 쓰기 이야기를 잠시 다뤘습니다.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는 세로 쓰기의 사용이 자유롭고, 특히 일본어는 일본 사회에서도 세로 쓰기가 매우 일반적임을 소개했습니다. 일본은 편지 봉투, 서류 봉투를 쓰는 법도 세로 쓰기가 기본이라, 생활하는 과정에서 이것에 적응하는 것도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또한 일본에서의 그래픽디자인 공부나 업무를 위해서는 어도비 인디자인의 CJK판 사용을 권장하는 이야기를 잠깐 했었습니다. 영문판 인디자인에서는 세로쓰기세로 쓰기 기능을 거의 지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말인즉슨 영어권 사용자가 영어 문장을 조판하는 과정에서는 세로 쓰기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는 뜻이겠지요. 여러 가지 이유와 유래가 있습니다만, 글자의 제작.. 더보기
- 일본에서 그래픽디자인 하기 일본에서 그래픽 디자인 하기 1화 : 세로로 읽고 쓰기 일본에서 그래픽 디자인 하기 1화 : 세로로 쓰고 읽기 일본에서 그래픽 디자인 일을 하면서, ‘서체’를 잘 사용하는 것은 외국인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꽤 난해하고도 괴롭지만 흥미로운 일입니다. 일본어의 특성상, 가나(히라가나와 가타가나를 아울러 이르는 말), 한자, 영문, 기호가 한 문장에 모두 등장하는 것도 꽤 흔한 일입니다. (이럴 땐 정말 머리가 터질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이것을 세로로도 쓰고, 가로로도 쓰고, 마구 섞어놓기도 하지요. 일본어를 사용한 조판과 타이포그래피는 정말 어렵지만 그만큼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어가 모국어가 아닌 디자이너는, 어떻게 해야 일본어를 어색하지 않게, 읽기 좋게 배치할 수 있을까요? 짚고 넘어가야 할것들이 많지만 차근차근 하나씩, 징검다리를 밟아가다 보면 어느.. 더보기
- 2022.여름.vol.04 [일본맛집]동남아 음식 탐방기 : 히로시마에서 동남아 히로시마에 온 지 3년이 되었을 때였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내리다 영롱한 사진 한 장에 시선이 멈췄다. 은쟁반 위에 아름답게 자리 잡은 쌀국수 사진이었다. 그러고 보니 히로시마에 와서 한 번도 쌀국수를 먹은 적이 없었지. 왜 없었지! 괜히 손해 본 기분이 들어 깊게 탄식하던 찰나, ‘이제부터 먹으면 되지.’라는 희망찬 결의를 품고 친구에게 쌀국수를 먹자는 연락을 했다. 그리고 약속 당일, 운 좋게 곧바로 그 식당의 자리에 앉을 수 있었고, 그 순간부터 나는 베트남에 있었다. 그냥 베트남에 가 있었다. 주변에 앉아있는 손님들이 다 베트남 사람이었다. 그리고 혼자 온 일본인 아저씨와 친구와 나, 이 세 명 만이 비(非) 베트남인이었던 것이다. 육성의 베트남어를 들은 게 오랜만이기도 해서, 간접 여행을 온 듯.. 더보기
- 2022.가을.vol.05 [일본생활]입욕예찬 괴로움과 우울에 찌든 직장인을, 입욕제를 푼 뜨거운 물에 넣고 20~30분 정도 삶아줍니다. 날이 추워지면 슬슬 걱정이 됩니다. 물리적으로는, 추위를 느끼면 몸을 움츠리는 일이 많아 근육이 뭉치기도 쉽고, 피하 지방이 마치 식은 소고깃국의 위에 뜬 지방처럼 굳어서 체질이 차가워지기도 쉽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항시 우울을 반려하고 있는 사람인지라, 날씨가 쌀쌀해지고 해가 짧아지면 쉽게 우울해집니다. 작은 일에도 쉽게 우울해지고, 그것이 오래갑니다. 추우면 그저 전기장판과 이불 사이로 쏙 들어가, 가만히 있고만 싶습니다. 요즘 세상엔 스마트폰과 전기만 있으면, 하루 종일 가만히 있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더욱, 이 ‘가만함’을 비집고 우울이 잘 스며듭니다. 그래서 행복하게 추운 날을 살기 .. 더보기
- 2022.여름.vol.04 [일본생활공감]우왕좌왕 한본어 에피소드 모로 가도 뜻만 통하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일본어학교에서 만난 룸메이트와 살기 시작한지 어언 1년 하고도 반. 둘다 한국어와 일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다보니, 심심찮게 이야기 속에 두 나라의 언어가 섞인다. 더 놀라운 건 대화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아마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해본 경험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 예를 들면 부모님이나 형제가 일본에 놀러와서 나와 룸메이트의 대화를 듣는다면 ‘대체 얘네 뭐라는 거야?’하며 놀랄 것이 뻔하다. 일본의 맛있는 먹거리와 디저트에 진심을 다하는 룸메이트는 심심찮게 고급 파티세리의 디저트를 사오는데, 참으로 고맙게도 막입인 나의 몫도 꼭 챙겨온다. 그때마다 포장에 딸려오는 신상 메뉴 홍보물을 함께 읽어보는데 이것도 쏠쏠한 재미다. 우리의 대화.. 더보기
- 2022.여름.vol.04 [일본생활 공감]일본살이 あるある : 이름 이야기 만화 : chinon 죄송합니다, 이름을 다시 한번… : 예약용 일회용 이름을 만든 사연 나는 사실 한국에서도 되게 드문 성씨를 갖고 있다. 중국식 성씨이기도 해서, 그래서 일본어로 어떻게 읽고 써야 하는 건지부터 무지 망설였다. 오죽하면 회사에서도 ‘명함용 서체가 해당 한자를 지원하지 않아서’라는 이유로 회사에서는 명함도 서명도 다 영어로 등록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술집의 문 앞의 예약장부에 이름을 써야 할 일이 빈번해지면서, 점점 사소한 스트레스가 늘었다. 일본에서는 상대방의 이름을 틀리게 부르는 것은 대단히 무례한 일이라, 예약 장부에 쓰인 내 이름을 본 직원들은 늘 당혹스러워했다. 그래서 내 이름을 잘못 발음한 직원은 계속 사과하느라 정신없고, 나는 나의 이 애매한 이름을 몇 번이고 발음하고 .. 더보기
- 2022.봄.vol.03 피어라 민주주의의 꽃 : 재외국민투표를 다녀오다 2월 내내 진행된 일본 재외국민투표, 많은 분들이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참여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다들 손등에 도장 하나씩 찍고 오셨나요? 일본에서 한국으로 보낸 값지고 소중한 한 표 이야기를 모아보고자 합니다. 이웃 여러분들의 사진과 소개, 감사드립니다! 일본대사관 신주쿠 재외투표소에서 안녕하세요 도쿄에 사는 2년 차 마케터 시온(詩音)입니다. 다양한 콘텐츠를 보고 듣고 향유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일본대사관 신주쿠 재외투표소에서 도쿄에 살고 있는 30대 입니다! 일본대사관 신주쿠 재외투표소에서 해외 투표는 처음이어서 긴장도 했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대통령 선거니까 설레는 마음으로 다녀왔습니다! 저의 소중한 한 표를 낼 수 있어서 기뻤어요. 일본대사관 신주쿠 재외투표소에서 어느덧 8년차 직장인.. 더보기
계간<이웃>과월호 읽기
- [ISSUE]모두의 취미생활 밖으로 나가기도 좋고, 그저 가만히 있기만 해도 좋은 멋진 계절, 가을을 맞아 일본에서 살고 있는 이웃 여러분들의 취미생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만화 보기 : 오타쿠의 본고장에서 오타쿠 라이프 처음 만화를 본 게 언제냐 물으시면 유치원생 때부터 어째서인가 책장에 꽂혀있던 였는데, 본격적으로 소위 말하는 오타쿠가 된 건 중학생 때의 일이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기 때문인지 자연히 만화 보는 걸 좋아하는 친구들과 어울리게 됐고, 그 무렵 세대를 강타한 히트작인 ‘원나블’, 과 는 매일 하굣길에 서점을 들락거리게 했다. 여기에 한술 더 뜬 건, 바로 부산 코믹월드. 개최 장소인 부산컨벤션센터(벡스코)와는 전철과 버스를 더해 1시간 40분 가까이 걸리는 거리에 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뻔질나게 드나들었고 .. 더보기
- My MIYAJIMA 미야지마의 석양, 2년의 기록 히로시마 서쪽 섬, 세계유산으로도 지정된 미야지마(宮島). 세계 각국에서 매일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에서 2년을 일했다. 대부분 이츠쿠시마(厳島)신사의 토리이(鳥居)를 보러 오지만 나는 미야지마의 석양을 좋아했다. 영업시간이 5시까지라 오후에 시내로 떠나는 것이 암묵적 룰인데,미야지마에 왔다면 석양까지 보고 섬을 떠나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미야지마의 석양은 매일 다른 얼굴을 갖는다. 진한 오렌지색부터 ‘밤하늘’이란 말이 바로 떠오르는 쪽빛을 가진 석양을 보여준다. 퇴근길, 페리를 타러 걸어가는 10분 동안 석양은 늘 나와 함께였다. 때로는 어깨를 감싸주듯 내 옆에서, 때로는 나를 품어주듯 내 앞과 뒤에서. 눈물을 꾹꾹 참으며 걷는 때에도, 잠시만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한 때도,가끔 행복한.. 더보기
- [PICK UP]일본생활에 지친 나를 달래주는 소울푸드 일본 생활이 지치고 피곤할 때, 그럴 때 꼭 먹어줘야 하는 나만의 소울푸드 일 하느라 힘들었죠, 맛있는 밥 먹고 또 힘내서 일합시다. 규카츠 언제 처음 먹어봤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힘든 일이 있거나 힘을 내고 싶은 일이 있거나 축하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혼자서 규카츠를 먹으러 가는 것이 언제부턴가 내 습관이 됐다. 각오를 다져야 하는 일을 앞두고 돈카츠 ( かつ=勝つ, 카츠’는 ‘이기다’의 동사와 동음이의어라 기합을 넣는 의미로 돈카츠를 먹는 문화가 있다 )를 먹는 일본인들의 문화보단, 월급 타면 소고기를 사 먹는 한국인의 문화에서 기인한 것이라 자부한다. 두툼한 소고기에 튀김옷을 얇게 입힌 후, 겉만 바삭하게 튀겨내어 흰 쌀 밥과 함께 내는 규카츠 정식. 규카츠는 돈카츠와는 달리 속은.. 더보기
- 나만의 기분전환법 : 봄이면 괜히 울렁이는 마음에게 봄이면 봄 날씨 따라 괜히 울렁울렁거리는 마음, 느껴보신 적 있나요? 온 세상이 분홍빛으로 물드는데, 여전히 나만 한겨울처럼 꽁꽁 얼어있는 것만 같은 외로움. 그럴 때 내 마음에게 처방하는 나만의 특효약, 나만의 노하우를 들려주세요. 나에게 봄은 = 코로나 때문에 한 번도 제대로 즐기지 못한 계절 변덕스런 봄 날씨처럼 괜스레 마음이 미묘하고 울렁거릴 때, 집 근처 돈키호테에 가서 불닭볶음면과 호로요이를 사서 먹습니다! 당신은 어떤 이웃? : 밖에서는 커리어우먼을 꿈꾸며 안에서는 고양이 두 마리 집사를 하고 있습니다. 나에게 봄은 = 새로운 한 해가 시작하는 설레는 계절 신나는 음악을 들어요. 스피커로 빵빵하게 음악을 듣다보면 어느새 신이 나서 자연스레 콧노래가 나오고 덩실덩실거리게 된답니다. 또, 바쁘게.. 더보기
- [일본문화]일본 취업, ‘너의 정장은.’ 리크루트 수트 이야기 기온이 오르고 꽃이 필 무렵이면, 일본의 거리에서는 취업활동을 위해 움직이는 젊은이들을 자주 보게 된다. 일본의 취업 활동은 보통 졸업 학년의 봄부터 시작되는데, 이때 기업의 회사 설명회나 면접 등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리쿠르트 수트’라고 하는 일본식 취업활동 복장을 갖춰야 한다. 리쿠르트 수트는 기본적으로 블랙이나 네이비 컬러의 무늬가 없고 디자인이 획일적인 것이 특징인데, 흰 셔츠에 라인이 거의 없이 단추가 위아래로 두 개인 재킷, 남성의 경우 넥타이와 흰 양말, 검은색 구두, 여성에게는 무릎길이의 스커트와 색이 없는 스타킹, 굽이 낮은 펌프스, 심플한 디자인의 가죽 소재 가방이 기본 양식이다. 일본에서는 이런 복장이 요구되는 이유로 보통 ‘채용 시 외모가 아닌 내면을 중.. 더보기
- 히로시마 카레 The love : 카레맛집 탐방기 카레가 좋다. 노란 카레, 빨간 카레, 초록 카레, 어느 색이든 좋다. 소고기, 양고기, 닭고기, 해산물 어떤 재료가 들어가도 상관없다. 카레라면 다 좋다. 그중에서도 인도 정통 카레를 가장 좋아한다. 난과 함께 먹는 북인도 스타일도 좋고 밥과 먹는 남인도 스타일도 좋다. 코를 자극하는 각종 향신료의 향기와 한입 먹었을 때 혀를 통해 전달되는 다채롭고 자극적인 맛과 삼킬 때 코를 통해 느껴지는 풍미도 좋다. 대학교 시절 교환학생으로 간 오사카에서 처음으로 인도 카레를 먹었을 때였다. 그전까지 내게 카레란 급식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먹는 음식이란 인식 외에 특별함은 없었다. 그러다 오사카에서 유학생 친구들과 우연히 들어간 카레 가게에서 나는 충격을 받았다. 한국에서 먹던 ○뚜기 카레와는 전혀 다른 카레였기.. 더보기
-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 지금의 자신을 다그치고 있다면 한국의 대형병원 정신의학과를 다닌 지 3년째가 되는 1월에 마지막 진료를 받고, 2개월 뒤 일본에 왔다. 나는 마지막 진료일에 한국의 정신과 의사가 해준 말을 떠올렸다. “일본에 가면 지금의 상태는 우선 크게 나아질 겁니다. 지금 당신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들이 모두 0으로 돌아가니까요. 하지만, 새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하면 또 새로운 우울과 스트레스가 생길 겁니다.” 그 말은 옳았고, 곧 일본의 심료 내과에 다니기 시작했다. 중간에 몇 번 병원을 옮기긴 했지만, 지금 다니고 있는 곳은 이사를 하고도 꾸준히 다니고 있다.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일본인 의사는 내게 ‘너무 자신을 옥죄지 말아요.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라고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 가끔 신경이 곤두서 있을 때는 그가 대충 좋은 말만 해.. 더보기
- [에세이]住めば都:정들면 고향 어디까지를 우리는 ‘고향’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고향을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이라고 하면, 태어난 곳은 알겠지만, ‘자라다’라는 개념이 어디까지인지 정의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렇게나 ‘국경’이라는 개념이 희미해지고 자신이 살고 싶은 나라를 선택해 이주할 수 있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예컨대 이민 1.5세대나 흔히 말하는 ‘교포’는 어디를 고향이라고 부를까.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우리가 사는 곳이 한국과 가까운 일본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이방인처럼 느끼는 순간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게, 나를 타자(よそ者)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오래 살았던, 얼마나 익숙하던 영원히 이방인으로 대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할퀴어도 찢어지지 않는 얇고 투명한 막이 나를 .. 더보기
- [일본생활]입욕예찬 괴로움과 우울에 찌든 직장인을, 입욕제를 푼 뜨거운 물에 넣고 20~30분 정도 삶아줍니다. 날이 추워지면 슬슬 걱정이 됩니다. 물리적으로는, 추위를 느끼면 몸을 움츠리는 일이 많아 근육이 뭉치기도 쉽고, 피하 지방이 마치 식은 소고깃국의 위에 뜬 지방처럼 굳어서 체질이 차가워지기도 쉽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항시 우울을 반려하고 있는 사람인지라, 날씨가 쌀쌀해지고 해가 짧아지면 쉽게 우울해집니다. 작은 일에도 쉽게 우울해지고, 그것이 오래갑니다. 추우면 그저 전기장판과 이불 사이로 쏙 들어가, 가만히 있고만 싶습니다. 요즘 세상엔 스마트폰과 전기만 있으면, 하루 종일 가만히 있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더욱, 이 ‘가만함’을 비집고 우울이 잘 스며듭니다. 그래서 행복하게 추운 날을 살기 .. 더보기
- [일본생활]일본에서 보내는 추석 도쿄에서 맞이하는 일곱 번째 추석이다. 올 추석에도 어김없이 명절 요리를 만들었다. 명절 요리에 빠질 수 없는 갈비찜과 잡채. 올해는 바라마지않던 넓은 주방을 갖춘 집으로 이사했기에, 명절 요리의 가짓수를 늘려볼까 싶어 모둠전을 추가했다. 저녁 식사에 초대한 오랜 벗이 예정보다 일찍 찾아왔다. 도와줄 거리를 찾지만, 손님은 손님. 의자에 앉혀 말 상대를 부탁했다. 여느 친구사이가 그렇듯,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다 빚어둔 동그랑땡을 부치고 있을 때쯤, 친구가 물었다. "이렇게 요리에 열성인 이유가 뭐야?"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이렇게 답해주었다. "향수병을 이기기 위한 나만의 처방전같은거야. 어떤 요리들은 엄마의 요리를 재현하는데 목적이 있고, 또 어떤 요리들은 그 요리들과 함께 했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