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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NUMBER_2022下/2022.가을.vol.05

[ISSUE]모두의 취미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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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가기도 좋고,
그저 가만히 있기만 해도 좋은 
멋진 계절, 가을을 맞아
일본에서 살고 있는 이웃 여러분들의
취미생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만화 보기  : 오타쿠의 본고장에서 오타쿠 라이프

 

처음 만화를 본 게 언제냐 물으시면 유치원생 때부터 어째서인가 책장에 꽂혀있던 <피구왕 통키>였는데, 본격적으로 소위 말하는 오타쿠가 된 건 중학생 때의 일이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기 때문인지 자연히 만화 보는 걸 좋아하는 친구들과 어울리게 됐고, 그 무렵 세대를 강타한 히트작인 ‘원나블’,  <가정교사 히트맨 리본>과 <강철의 연금술사>는 매일 하굣길에 서점을 들락거리게 했다. 여기에 한술 더 뜬 건, 바로 부산 코믹월드. 개최 장소인 부산컨벤션센터(벡스코)와는 전철과 버스를 더해 1시간 40분 가까이 걸리는 거리에 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뻔질나게 드나들었고 용돈도 빠르게 사라졌다. 


고등학생 때까지도 열렬히 만화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대학생 때는 ‘휴덕’을 했다. 다시 ‘덕질 개시’한 것은 대학교를 졸업한 뒤, 직장인이 됐을 때일이다. 직장에 시달리던 어느 여름날 밤 불현듯 내게 찾아온 건 바로 <하이큐!!>였고, 그것이 도화선이 된 지금 나의 오타쿠의 영혼은 숯불처럼 은은히 오래 타고 있다. 물론 간헐적으로 태양의 흑점 폭발처럼 맹렬히 타오르기도 한다.

 

일본의 만화 업계에서 디자이너로 종사하면서 느낀 거지만 정말 일본은 만화로 넘쳐나고, 어딜 가도 만화가 있는 나라다. 모래사장 속 모래알처럼 많은 만화작품들 중에, 손에 꼽힐만한 수의 작품이 인기 작품으로 성공한다는 업계의 생리를 알고나면 아득할 정도. 재미있는 점은 연령대와 장르별로 무수히 많은 만화가 있고 착실하게 잘 나뉘어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지만, 일본 사회 전반의 트렌드나 사람들의 성향, 기호를 파악하기에도 꽤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일본 만화 전반의 인기 작품들을 두루두루 훑어보게 됐다. 최근엔 한국의 웹툰이 로컬라이즈 돼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무엇에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는지, 그리고 어떤 부분이 현지화가 됐는지를 찾아보는 것도 꽤 재밌다. 

 


2020년 긴급사태선언 때 정주행 했던, 지금은 애니메이션화가 진행 중인 카토 유지 작가의<지옥락>과, 트위터에서 인기가 급 상승한 <여학교의 별>을 최근 읽고 있다. BL도 자주 읽는데, 전연령계, 치유계, 일상물, 소프트 BL이 취향이다. 시간이 지나도 명불허전인 나카무라 아즈미코 작가의 <동급생 시리즈>, 그리고 후미노 유키 작가의 <ひだまりが聞こえる>은 전자책으로 다 보고 나면 단행본을 살 생각.

 

도쿄도, 에이타

 


 사회인 밴드  : 즐거운 인생 

 

악기를 다루는 건 나의 짧은 인생 속에서도 가장 긴 시간동안 누려온 취미다. 어릴 때 너무 까불고 산만해서 좀 진정시키려고, 그리고 아파트 단지 내에 있던 피아노 학원에 또래가 많이 다닌다는 이유로 시작한 피아노부터 시작해 중고등학교 때에는 교내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을 했고, 대학교에서는 밴드 동아리에서 전자 기타와 베이스를, 대학 졸업 후에는 사회인 밴드에서 통기타와 드럼을 쳤다. 일본행을 결심하면서 드럼 스틱을 제외한 모든 손때 묻은 악기들을 하나둘 떠나보냈다. 그리고 일본 상륙 석 달쯤 지나자 손이 간질거려왔다. 

한국에서도 일본 록음악을 엄청나게 좋아했다. 그래서 지금이야말로 현지에서 현지인(?)들과 카피 밴드를 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일본인 친구를 사귀고도 싶었고.)돌이켜 생각하면 무슨 용기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인터넷의 밴드 구인 사이트에 자기소개를 올렸고, ‘밴드’라는 취미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첫 카피 곡은, 엘레가든의 <風の日>였다.


우리는 엘레가든의 카피 밴드로 시작해서, 스트레이테너, 아시안 쿵푸 제너레이션, 모노 아이즈 등을 연주했다. 그리고 수없이 많은 멤버 교체를 거치고도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함께 활동하고 있는 리더 N을 주축으로 오리지널 곡을 만들어 라이브를 하기도 했다.

 

합주를 더 오래 하고 싶고, 더 잘 연주하고 싶어서 드럼 강습을 받은 적도 있다. 드럼 강습을 검색해 가장 저렴한 업체와 계약했다. 나와 드럼 강사를 매칭시켜주고, 1회 1시간, 가격은 약 5천엔 정도 됐던 것 같다. 연습실 대여비를 업체가 부담해주는 곳이었고 드럼 강사의 실력이 굉장히 좋았기 때문에 꽤 만족스러웠다. 다만 코로나바이러스 19의 유행 이후로는 밴드도 강습도 예전만큼 하지 못하고 있어서 아쉬울 뿐.

 


일본 생활을 하며 느낀 점은, 밴드, 악기, 음악과 일상과의 거리가 한국의 그것보다 훨씬 가깝다는 것이다. 밴드 활동을 하는 인구도 많으니 사설 연습실도 많고 중고 악기시장도 크다. 이시가키 악기처럼 마치 서점이나 전자상가를 방불케 하는 대형 악기점 건물도 번화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악기들의 소리가 맞아 들어가면서, 점점 분위기가 고조되는 순간, 모두의 등 뒤에서 드럼을 치고 있으면 정말 세상의 모든 걱정이 사라지는 듯 후련해진다. 박자를 맞추며 멤버들과 서로 눈을 맞출 때는 세상에서 제일 듬직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은 안정감까지 든다. 조금 틀려도 좋고, 기분이 들떠서 템포가 빨라져도 즐겁다. (특히 드럼은 손과 손목, 발과 다리를 모두 사용하고, 곧은 자세가 중요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운동도 된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멤버들이 기다리는, 왁자지껄하고 시끄러운 합주실로 냉큼 달려가고 싶다. 

 

도쿄도, 에이타

 


 

 카페 메구리  : 카페의 즐거움 

 

내가 카페 메구리(カフェめぐり)를 취미로 삼게 된 계기는, 차와 커피를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커피가 맛있다는 곳을 찾아다니다, 언젠가부터 카페의 음료의 맛뿐만 아니라 카페라는 공간 자체를 즐기게 됐다.
나의 한국어 신조어나 단어 지식이 얕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한국어에 카페 메구리라는 단어와 일대일로 대응이 되는 단어가 존재하는지 잘 모르겠다. 아시는 분들은 많겠지만, 일본에서는 카페 메구리라는 건 하나의 취미의 장르, 하나의 단어로 존재한다. 자기소개할 때도 ‘카페 메구리를 좋아합니다’라고 하면 그렇구나, 하고 이해한다. 잡지 특집으로도 나오고, 유명 인스타 계정도 있다. 그만큼 카페 메구리는 일본에서는 일반적인 취미다.

물론 한국에도 분위기나 커피맛이 좋은 카페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지만, 그걸 취미의 영역으로, 하나의 단어로 특별하게 이름을 붙이진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한국에도 이런 개념이 있다는 걸 아시는 분이 있다면 알려주시라)
어쨌거나, 처음 이사할 때 지금 살고 있는 동네를 고른 이유 중 하나는 좋은 카페가 많이 있는 동네와 가깝기 때문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오늘은 좋은 카페가 많은 아사쿠사와 쿠라마에 근처의 카페를 몇몇 군데 소개하고자 한다. 

 

1. 차실 코사메(茶室小雨) 

https://www.instagram.com/cosame_4204/

오늘 소개할 곳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다. 따뜻한 느낌의 목재 마감 인테리어에, 녹색 벨벳 의자가 멋지게 어우러진 이 카페에서 제일 추천하는 건 자스민 밀크티와 빅토리안 케이크이다. 차분한 분위기라서 혼자 조용히 차와 케이크를 즐기기에 딱 좋다.

 

2. From afar 

https://www.instagram.com/01_119/

차실 코사메의 계열점이지만, 여기는 조금 더 묵직한 분위기다. 쓰고 있는 목재의 색도 조금 더 어둡고,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북향에다 조명의 조도도 낮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주로 빅토리아 & 앨버트의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컵과 소서가 진열된 벽이 인상적이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디저트가 있어 인스타그램을 확인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3. 카페 오토노바(カフェ・オトノヴァ)

http://www.cafeotonova.net

캇파바시(かっぱ橋) 쪽에 있는 카페인데, 옛 건물을 리모델링 한 카페이다. 벽면을 타고 오른 덩굴 식물의 외관이 멋지다. 디저트류부터 런치, 디너, 술까지 전부 파는데, 모두 퀄리티가 높다. 특히 파스타는 아사쿠사 카이카로우(浅草開花楼)의 면을 쓰는데, 몹시 맛있다. 자릿수도 은근히 많고, 분위기도 좋다. 찾아 들어가는 길이 조금 복잡하고, 계단이 가파르다.

 

4. Leaves Coffee Roaster

https://www.instagram.com/leaves_coffee_roasters/

이곳은 어느 쪽이냐 하면 료고쿠 쪽이지만, 쿠라마에 근처에 왔다면 꼭 들리길 추천한다. 
기본적으로  토, 일, 월요일과 공휴일에만 열고, 다른 날에는 커피 원두를 로스팅하는 로스터리 카페이다. 그래서 고를 수 있는 원두 종류가 많고, 시기에 따라서 들여오는 원두가 달라서 매일 가도 가는 재미가 있다. 다만 의자와 테이블이 간소해서 불편한 점은 있다. 이곳은 에스프레소 베이스의 커피보다는 핸드 드립이 강점이지만,  한 잔 한 잔 추출하기 때문에 서빙 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한다. 핸드드립이나 커피가 어렵다는 분들도, 바리스타에게 상담하면 맛있는 당신의 취향에 맞을 법한 한 잔을 소개해준다.

 

 

이 외에도 소개하지 않았지만 아사쿠사와 쿠라마에 근처에는 <푸글렌(FUGLEN COFFEE)>이나 <스케마사 커피(SUKEMASA COFFEE)>, <커피노와(COFFEE NOVA)> 등등 멋진 카페가 수없이 많다. 스카이트리 쪽으로 조금 걸음을 해보면 <언리미티드 커피 바(UNLIMITED COFFEE BAR)>도 있다. 곧 가을이니 언젠가 한 번 한가하고 날씨가 좋은 날에 산책도 겸해서 아사쿠사와 쿠라마에의 카페 메구리를 해보는 걸 정말 추천드린다. 카페 메구리의 매력에 푹 빠져, 새로운 취미를 찾게 될 수도 있으니까.


도쿄도, 유카

 

 


 

 디즈니랜드 & 디즈니씨 가기 :다 함께 떠나자~ 동심의 세계로 

 

 ‘夢の国(꿈의 나라)’를 아는 사람?
 주변의 일본인 친구에게 물어보면 바로 “디즈니랜드?”하고서 대답이 올 거다. 어렸을 적에 아버지의 출장을 따라 도쿄에 여행을 와 디즈니랜드에 가던 나는, 어느새 일본 유학생이 되어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들고 디즈니랜드에 가는 취미를 가지게 되었다. 일본 치바현에 위치한 도쿄 디즈니랜드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디즈니씨’도 함께 운영을 하고 있다. 그래서 1년에 두 번(디즈니랜드 한 번, 디즈니씨 한 번)을 가려고 열심히 돈을 모으며 생활 중이다.

 


 디즈니랜드는 아기자기한 놀이기구가 많은 편이다. 대부분 디즈니에서 유명한 애니메이션들을 모티브로 만든 ‘동화 관람형 어트랙션’이 많다. 그리고 각 에리어에 맞게 꾸며진 조경들은 어느 곳에서 사진을 찍어도 인생 샷이 되는 멋진 배경이 된다. 디즈니랜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퍼레이드에선 여러 디즈니 캐릭터들이 총출동해 볼거리가 많다. 돌아다니길 싫어한다면, 디즈니 캐릭터 모티브의 먹거리나 캐릭터들이 나오는 쇼를 보는 공연장에 가는 것도 좋다. 가만히 앉아 풍경을 구경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즐거운 동화 같은 곳이다.

 

 

 디즈니씨는 디즈니랜드에 비해 스릴 있는 놀이기구가 많다. 청룡열차 같은 무서운 놀이기구는 없지만 디즈니 특유의 스토리텔링으로 분위기를 조성한다. ‘인디아나 존스’, ‘센터 오브 디 어스’, ‘해저 2만 리’, ‘타워 오브 테러’ 등등 격한 놀이기구들이 많아 더 좋아하는 편이다. 그리고 씨(sea)인 만큼 인어공주의 성이나 ‘니모를 찾아서’, ‘알라딘’ 등과 관련된 놀이기구도 많아서 격한 놀이기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즐길 거리가 많다. 밤에는 디즈니씨의 아름다운 조명과 함께, 디즈니씨 안에 있는 호텔에서 핸드폰 플래시로 손을 흔들어 주는 투숙객들과 인사하며 집에 가는 재미도 있다.

 

 

 디즈니에서만큼은 누구나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행복한 추억을 쌓을 수 있다. 가보면 알겠지만, 디즈니에서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커다란 인형을 안고 다니며 디즈니를 즐기고 있다. 누군가와 함께 간다면 테마에 맞추어 옷을 입고, 그에 맞는 머리띠를 사서 쓰는 걸 추천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맞춰 입고 사진을 찍으면 자신이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 인물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겨울 시즌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 때문에 중지되었던 디즈니 크리스마스 이벤트가 무려 3년 만에 돌아온다고 한다. 그리고 내년 말에는 디즈니 씨에 피터팬, 겨울왕국, 라푼젤을 모티브로 만든 새로운 에리어와 호텔이 열린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듯 큰 꿈에는 큰돈이 필요한 것이 이 취미의 슬픈 일면이지만, 원래 고생 끝에 낙이 온다지 않았는가? 일본에서의 생활 중 특별한 하루를 디즈니와 함께 만들어 보는 건 어떨지.

 

도쿄도, 냠


 

 라이브 하우스  : 살아있는 즐거움 

 

일본은 밴드를 하기에도, 밴드 공연을 보러 가기에도 최적화되어 있다.
도쿄뿐 아니라 지방의 소도시에도 크고 작은 라이브 하우스가 있어, 공연을 접할 기회를 보다 가까이서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정식으로 데뷔하지 않은 이른바 ‘인디즈’ 뮤지션들이 많지만, 유명 레이블에서 음원을 발매하고 TV나 라디오에서도 이름을 들을 수 있는 유명 아티스트들이 소규모 라이브 하우스에서 공연을 하는 것도 일본에서는 그리 드물지 않은 일이다.


티켓을 구하는 것 역시 그리 어렵지 않다. ‘선착순’으로 이뤄지는 한국의 클릭 전쟁과 달리, 일본의 티켓 판매는 추첨제로 이루어진다. 대부분은 팬클럽 회원에게 우선으로 응모할 권한이 주어지지만, 많은 아티스트가 일반 판매용 티켓을 따로 마련한다. 이런 티켓은 패밀리 마트의 파미포트, 로손의 Loppi 같은 편의점의 티켓 발권기를 이용해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최애 밴드의 공연을 보기 위해 일본에 넘어온 지 6년 차, 내 취미는 이제 특정 아티스트의 라이브뿐만 아니라 ‘라이브를 보러 가는 것 그 자체’로 넓어지고 있다. 아래로는 나이토메아가 데뷔한 2000년대부터 위로는 80년대에 활약한 대 선배 아티스트까지. 특히 올해는 L'Arc~en~Ciel 도쿄돔 공연, LUNA SEA 부도칸 공연, BUCK-TICK 35주년 공연, SOPHIA 부활 등으로 90년대 일본 록 뮤직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축제와 같은 한 해였다.

아레나, 돔 규모의 공연장을 꽉 채울만한 대형 아티스트의 그 거대한 스케일과 깊이에서 오는 감동이 있다면, 소규모 라이브 하우스에는 라이브 하우스 특유의 매력이 있다. 낮은 접근성, 아티스트와의 가까운 거리감도 그렇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모든 공연장에 의자가 설치되며 사라진 우리들만의 과격한 놀이 방식 역시 그중 하나다. 

 

 박자에 맞추어 긴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헤드뱅잉(ヘドバン)이라거나, 객석의 관객들이  뒤섞여 몸을 부딪히는 모싱(モッシュ), 라이브 하우스 건물을 흔들리게 할 정도의 점프 같은 것들. 그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일체감과 음악에 취해 두 시간을 신나게 놀고 나면, 다이어트가 자연스럽게 되는 효과도 있을 정도였다.

 

 

이만큼 건전한 스트레스 해소법이 또 있을까. 
공연은 음악 그 자체가 가지는 매력에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 같은 생생함을 더한다.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공간, 그 안에서의 열기와 동질감, 소리와 함께 피부를 타고 전해지는 진동, 무대 위 아티스트와의 교감 같은것을 한번 경험하고 나면, 다시는 화면 너머로 보는 공연으로는 만족할 수 없게 된다. 

 

나에게 있어 라이브는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시간, 살아있음을 느끼는 공간이다.
삶이 고달플 때는 라이브 하우스를 찾아보자. 이곳에는 Live가 있으니까.

 

★일본에서 공연을 보기 위해 알아두면 좋을 용어들 

●FC (えふしー) : 공식 팬클럽의 준말
●申込み (もうしこみ) : 추첨제 티켓을 응모하는 것.
●チケ発 (ちけはつ) : 종이 티켓을 발권하는 일. 최근에는 전자 티켓이 많아지면서 티켓 다운로드를 의미하기도 한다.
●箱 (はこ) : 아레나, 홀을 제외한 소규모의 라이브 하우스.
●ドリンク代 (どりんくだい) : 드링크 값. 라이브 하우스에 입장할 때 지불해야 하는 비용. 아레나, 홀을 제외한 모든 라이브 하우스에서는 공연을 보기 위해 반드시 지불해야 한다. 500엔~600엔.
●物販 (ぶっぱん) : 굿즈 판매. 혹은 굿즈 그 자체.
●遠征 (えんせい) : 원정. 거주지가 아닌  지역에 공연을 보러 가는 것.
●整番 (せりばん) : 정리 번호. 티켓번호. 좌석번호의 약어.

도쿄도, SWAN

 


 

 도서관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을 영위하는 방법 1

 

거창한 질문으로 시작하자면, ‘현대 시민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공공장소’로 다들 무엇을 떠올릴까? 나는 번잡한 소음과 관계로부터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공원과 쉽게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공공 도서관이 떠오른다. 

공공 도서관 이용 카드 수집은, 지갑 얇던 유학생 시절부터 시작된 소소한 취미이다. 여기서 ‘공공 도서관 이용 카드’란, 도쿄의 공립 도서관에서 책과 DVD를 포함한 각종 시청각 자료를 대출하는 데 필요한 회원 카드를 뜻한다. 이 카드는 구(区) 별로 발급받아야 하는데, 거주지, 통근하는 곳, 통학하는 곳을 기반으로 발급받을 수 있는 구와 없는 구가 나뉜다.

 

책 읽는 건 좋아하지만, 독서란 부동산이 필수인 취미라고 하던가. 게다가 언제 일본을 떠날지 모르는 유랑객인 내 입장에서는 좋다고 아무 책이나 덥석 사기는 어려웠다. (사실 책 살 돈이 없기도 했다) 그리하여 찾은 돌파구가 ‘도서관에 가자!’였다.

 

 

우선은 「カーリルローカル」라는, 지역 내 도서관 장서를 횡단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를 통해 찾는 책이 어느 구의 도서관 소장인지 알아낸다. 찾는 책이 늘 가까운 도서관에 있는 것도 아니다. 교통비와 소요되는 시간까지 착실히 계산하면 명백하게 손해일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도서관 가는 김에 겸사겸사 맛집과 카페를 들르며 여유로운 동네 나들이로 생각하며 다녔다.

 

두 번 다닌 학교는 각각 나카노구(中野区), 신주쿠 구(新宿区), 회사는 츄오구(中央区). 살던 곳은, 동네가 재미없어지면 훌쩍 이사하곤 했으니 나카노구 근처인 스기나미구(杉並区)에서 시작해서 멀게는 스미다구(墨田区)에도 살았다. 그래서 그때마다 갈 수 있는 도서관이 마치 스타크래프트 게임 속 미니맵에서 시야가 넓어지듯이 늘어났다. 도쿄 23구 중에 12구를 뚫었고, 귀국 짐 속에서까지 살아남은 이용 카드가 6장이다.

 

 

꾸준히 이용했던 도서관 중 가장 좋았던 곳을 꼽으라면 나카노구 중앙 도서관이다. JR 나카노 역에서 가까울 뿐만 아니라 공간도 넓었고, 빌려본 책들이 비교적 상태가 좋아서 대출하는 사람으로서 감사했다. 특히, 가장 좋은 점은 도서관 자체라기보다 바로 옆 건물이었던, 나카노구가 운영하는 복합 문화시설인 「나카노 zero」인데, 놀랍게도 플라네타리움 설비를 갖추고 있는 데다 철마다 압화 엽서, 풍경(風鈴) 만들기 등의 강좌가 열리고, 연주회가 열리는 곳이었다. 책 빌리러 오고 가며 궁금하면 강좌 하나에 예약을 해서 듣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나카노zero 앞 공터에서 춤 연습하던 중고등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들이, 내가 유일하게 전문을 외우는 일본 헌법 25조의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すべて国民は、健康で文化的な最低限度の生活を営む権利を有する。)"의 증명 같아 혼자 흐뭇했던 경험이 여전히 생생하다.

 

도쿄도내만 해도 검색으로 알아본 바, 공립 도서관이 390군데 있다고 하니 무료한데 크게 움직이기는 싫을 때 가까운 도서관으로 발길을 옮겨보면 어떨까? 재미있는 경험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도쿄도→한국, 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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