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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NUMBER_2022下/2022.가을.vol.05

[일본생활]일본에서 보내는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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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맞이하는 일곱 번째 추석이다. 
올 추석에도 어김없이 명절 요리를 만들었다. 
명절 요리에 빠질 수 없는 갈비찜과 잡채. 
올해는 바라마지않던 넓은 주방을 갖춘 집으로 이사했기에,
명절 요리의 가짓수를 늘려볼까 싶어 모둠전을 추가했다. 
 


저녁 식사에 초대한 오랜 벗이 예정보다 일찍 찾아왔다. 
도와줄 거리를 찾지만, 손님은 손님. 의자에 앉혀 말 상대를 부탁했다.
여느 친구사이가 그렇듯,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다 빚어둔 동그랑땡을 부치고 있을 때쯤, 친구가 물었다.

"이렇게 요리에 열성인 이유가 뭐야?"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이렇게 답해주었다. 

"향수병을 이기기 위한 나만의 처방전같은거야. 어떤 요리들은 엄마의 요리를 재현하는데 목적이 있고,
또 어떤 요리들은 그 요리들과 함께 했던 추억들을 떠올리는 데 목적이 있으니까."

요리를 싫어하는 친구는 역시나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 추켜올렸다.

 


요리들이 완성되고 나니 테이블 한가득인 게, 정말 명절 밥상처럼 보여서 벌써 마음이 뿌듯했다. 
다행히 내 요리들이 친구 입맛에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었는지 남김없이 접시를 비워주셨다. 
모둠전은 둘이 먹고도 한참 남았기에, 친구가 돌아갈 적에 반찬통에 담아 건네주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흔한 ‘명절의 모습’이어서 웃음이 났다.

일곱 번의 추석 중 가장 흔하고 즐거운 추석이었다.

 


글 : 도쿄도, L.DK

 

최근 주방이 넓은 집으로 이사해서 행복한 회사원입니다.
먹는 것에 호기심이 많아 그때그때 궁금한 요리는 꼭 만들어봐야 직성이 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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