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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4季4色:일러스트레이션 <여름> 한국과 비슷할 정도로 덥고 습한 일본의 여름 하면, 흔히 매체에서 접할 수 있던 축제를 떠올리곤 합니다. 사실 제대로 된 축제에 참여한 적은 손에 꼽기도 하고, 근 몇 년간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큰 축제가 열리지 못해 참가 또한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올해도 일부 지역에서는 축제가 열리긴 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 이전의 시대만큼 화려한 축제를 즐기기에는 아직 이른 듯합니다. 무사히 역병의 유행이 끝난다면 이전처럼 시끌벅적한 축제를 다시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연인이나 친구와 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멋진 불꽃놀이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을 담아 일러스트를 그려봤습니다. 도쿄도, 챈 게임이 좋고, 그림 그리는 것이 좋고, 맛있는게 좋은 오타쿠 직장인 2022.05.18 - [.. 더보기
[에세이]住めば都:정들면 고향 어디까지를 우리는 ‘고향’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고향을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이라고 하면, 태어난 곳은 알겠지만, ‘자라다’라는 개념이 어디까지인지 정의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렇게나 ‘국경’이라는 개념이 희미해지고 자신이 살고 싶은 나라를 선택해 이주할 수 있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예컨대 이민 1.5세대나 흔히 말하는 ‘교포’는 어디를 고향이라고 부를까.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우리가 사는 곳이 한국과 가까운 일본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이방인처럼 느끼는 순간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게, 나를 타자(よそ者)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오래 살았던, 얼마나 익숙하던 영원히 이방인으로 대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할퀴어도 찢어지지 않는 얇고 투명한 막이 나를 .. 더보기
[일본생활공감]우왕좌왕 한본어 에피소드 모로 가도 뜻만 통하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일본어학교에서 만난 룸메이트와 살기 시작한지 어언 1년 하고도 반. 둘다 한국어와 일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다보니, 심심찮게 이야기 속에 두 나라의 언어가 섞인다. 더 놀라운 건 대화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아마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해본 경험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 예를 들면 부모님이나 형제가 일본에 놀러와서 나와 룸메이트의 대화를 듣는다면 ‘대체 얘네 뭐라는 거야?’하며 놀랄 것이 뻔하다. 일본의 맛있는 먹거리와 디저트에 진심을 다하는 룸메이트는 심심찮게 고급 파티세리의 디저트를 사오는데, 참으로 고맙게도 막입인 나의 몫도 꼭 챙겨온다. 그때마다 포장에 딸려오는 신상 메뉴 홍보물을 함께 읽어보는데 이것도 쏠쏠한 재미다. 우리의 대화.. 더보기
[화양연화]여름 편, 에필로그 일본에서의 마지막 여름 새파란 하늘 위로 소프트콘처럼 떠 오른 적란운, 초록 잎 사이로 눈부시게 부서지는 햇살, 자전거를 탄 학생들이 보여주는 짧은 소매의 하얀 궤적, 처음 일본 문화에 접했던 그날부터 세뇌당한 일본의 여름. 실상을 안 지금도 일본의 여름은 그렇게 남았다. 관념적이고, 낭만적으로. 화양연화의 프롤로그에서도 언급했지만,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한 2020년 겨울부터 시작된 내 강박증은 나를 갉아먹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잔업과 일본 정부의 어설픈 방역 대책으로 인한 불안감, 기침 및 마스크 착용 등의 매너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보는 피로의 축적은 감정 통제가 힘들어지는 병증으로 이어졌다. 과도한 정신력 소모에 심료 내과에 통원한 봄부터 진지하게 퇴직 의사를 회사에 비쳤다. 선배 디자이너에게.. 더보기
[일본여행]동북3대 마츠리 기행 : DAY4 미야기 일본의 칠석, 타나바타 마츠리(七夕祭り)는 메이지 시대 이후 양력 7월 7일 전후로 열리는 것이 보통이지만 미야기현(宮城県)의 센다이 타나바타 마츠리(仙台七夕まつり)는 매년 8월 6일부터 8일까지 총 3일에 걸쳐 개최된다. 축제 시기가 되면 센다이 시내의 츄오도오리(中央通り)를 거점으로 지역 전체에 대규모의 장식을 거는데 대나무 장대에 종이로 만들어진 장식물은 그 형태에 따라 소원성취, 장수 기원, 장사 번성, 재해로부터의 안전 등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축제에 사용되는 장식은 다른지역에서 보내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미야기를 거점으로 하는 기업과 지역 주민들의 수공예품으로, 개성 가득한 장식의 디테일을 살펴보는 것도 타나바타 마츠리의 재미 중 하나. 센다이 타나바타 마츠리는 축제의 규모.. 더보기
[일본여행]동북3대마츠리 기행 : DAY2 여름 시즌 토호쿠 패키지의 대부분은, 동북 3대 마츠리인 아오모리현 네부타(青森県 ねぶたまつり), 아키타현 칸토우(秋田県 竿燈まつり) , 미야기현(宮城県) 센다이타나바타(仙台七夕) 이외에도 같은 시기에 열리는 근접 지역의 축제가 코스에 포함되어 있다. 내가 참여한 투어는 아키타현을 떠나 아오모리로 가기 전, 이와테현(岩手県)에 들러 모리오카 산사 오도리(盛岡さんさ踊り)를 관람하는 코스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와테 8월 1일부터 나흘간 동북 지역 여름 축제중에서도 가장 빨리 개최되는 축제인 산사오도리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에도시대 모리오카 남부에 오니가 나타나 주민들을 괴롭혔고, 이에 사람들이 미츠이시신사(三ツ石神社)에 찾아가 오니를 퇴치해달라 치성을 드렸다고 한다. 그러자 신사의 신이 .. 더보기
[화양연화]봄 편 연호라는 개념은 알지라도 어딘지 모르게 낯선 단어이다. 헤이세이(平成)가 끝나고, 레이와(令和)가 새 연표로 공표되던 2019년 4월 1일. 그날의 이상한 기분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회사가 납품이나 그 피드백으로 바쁠 월초에, 다 같이 방송을 보고 ‘헤이세이도 끝이구나’라던가, ‘만요슈(万葉集)에 나온 유서 깊은 단어'라던가 이야기하며 웅성거리던 그 분위기. 그 속에서 외국인인 난 낙동강 오리알 같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헤이세이의 끝, 레이와의 처음에 대해 할 이야기가 없지만은 않다. 레이와, 처음으로 중국 고전이 아닌 일본 고전에서 따온 연호. 후쿠오카현 다자이후시(福岡県太宰府市)에서 유래한, 매화를 노래하는 연회의 구절로부터 따온 연호라고 한다. 인연이라면 인연일까, 무려 10 연휴나 됐던 헤이세이.. 더보기
[일본생활 공감]일본살이 あるある : 이름 이야기 만화 : chinon 죄송합니다, 이름을 다시 한번… : 예약용 일회용 이름을 만든 사연 나는 사실 한국에서도 되게 드문 성씨를 갖고 있다. 중국식 성씨이기도 해서, 그래서 일본어로 어떻게 읽고 써야 하는 건지부터 무지 망설였다. 오죽하면 회사에서도 ‘명함용 서체가 해당 한자를 지원하지 않아서’라는 이유로 회사에서는 명함도 서명도 다 영어로 등록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술집의 문 앞의 예약장부에 이름을 써야 할 일이 빈번해지면서, 점점 사소한 스트레스가 늘었다. 일본에서는 상대방의 이름을 틀리게 부르는 것은 대단히 무례한 일이라, 예약 장부에 쓰인 내 이름을 본 직원들은 늘 당혹스러워했다. 그래서 내 이름을 잘못 발음한 직원은 계속 사과하느라 정신없고, 나는 나의 이 애매한 이름을 몇 번이고 발음하고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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