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호라는 개념은 알지라도 어딘지 모르게 낯선 단어이다. 헤이세이(平成)가 끝나고, 레이와(令和)가 새 연표로 공표되던 2019년 4월 1일. 그날의 이상한 기분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회사가 납품이나 그 피드백으로 바쁠 월초에, 다 같이 방송을 보고 ‘헤이세이도 끝이구나’라던가, ‘만요슈(万葉集)에 나온 유서 깊은 단어'라던가 이야기하며 웅성거리던 그 분위기. 그 속에서 외국인인 난 낙동강 오리알 같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헤이세이의 끝, 레이와의 처음에 대해 할 이야기가 없지만은 않다.
레이와, 처음으로 중국 고전이 아닌 일본 고전에서 따온 연호. 후쿠오카현 다자이후시(福岡県太宰府市)에서 유래한, 매화를 노래하는 연회의 구절로부터 따온 연호라고 한다.
인연이라면 인연일까, 무려 10 연휴나 됐던 헤이세이 마지막 골든위크이자 레이와 첫 번째 골든위크를, 후쿠오카로 떠나고 돌아오는 일본 국내 여행으로 보냈다. 운 좋게도 후쿠오카현 출신인 회사 팀장님 부부의 귀성길에 동승해, 그들과 동향인 회사 후배, 이렇게 세 사람과 같이 말이다.
귀성길에 꼽사리 낀 후쿠오카 행 여행의 첫 이벤트는 우습게도 ‘전설의 귤 패스포트 구하기’였다.
여러분은 ‘굿디자인 귤’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정확히 말하면 귤 한 박스를 두고 경험을 디자인한, UX(User eXperience, 유저 경험) 디자인으로 굿디자인 상을 받은 귤이다. 물론 맛도 굿 디자인받을 만큼 좋다. 이건 3년 동안 이 귤을 먹어 온 사람으로서 보증한다. 이름은 카도야 화장품의 킨파치 귤(かどや化粧品の金八みかん). 전설의 귤은 이 굿디자인 귤을 생산해내는 농가에서도 약 백 개 중 한 개 급으로 뛰어난 당도를 자랑하는 귤을 뜻하는데, 이 귤, 무려 매입 패스포트가 없으면 구할 수 없다. 당도, 진한 맛, 깊은 맛 등 최고급에 해당하고, 매우 소수이기에 농장인 와카야마현 아리타 시(和歌山県有田市)까지 올 수 있는 사람만이 귤 매입 패스포트를 신청할 수 있다. 그런 어마어마한 패스포트를 구하러, 우리 여행 크루는 아리타로 향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가게는 정말 길모퉁이에 있는 화장품 가게였고,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유약하면서도 심지가 곧아 보이는 점주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게의 반쪽은 화장품 가게였지만, 반은 귤 농장의 제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귤 벌꿀, 야산의 꽃 벌꿀부터 와카야마의 특산품인 난코매실(南高梅)과 귤 벌꿀로 만든 우메보시(梅干し)까지, 다 어찌나 예쁘게도 디자인되어 있는지, 2시간에 걸친 팀장님과 점주분의 귤 이야기를 한 귀로 흘리며 보는 데 심심할 틈이 없었다. 마지막, 귤 매입 패스포트를 신청할 때쯤, ‘도쿄에서, 게다가 한 사람은 한국에서 왔다’라고 하니, 벌꿀과 우메보시 한두 개 샀을 뿐인데 농장의 귤을 품종별로 8개씩이나 덤으로 받았다. ‘누가 일본은 정이 없대…’하고 울컥했다. 가게 안 사람들이 다 나와서 우리 차를 배웅하는데 어느새인가 나도 손을 흔들고 있었다. 시골 할아버지 댁에 갔다가 귀경길에 오를 때에나 볼 법한 정다운 풍경이었다. 도쿄의 집으로 돌아와서 맛본 귤 벌꿀은, 다 먹을 때까지 매주 일요일 아침을 팬케이크를 하게 만든 주범이었다.
두 번째 이벤트로 가는 길에 만난 된장과 두부 이야기를 좀 할까 한다.
와카야마현은 중국에서 일본으로 들어온 미소(味噌)의 원형에 가까운 된장, 킨잔지미소(金山寺味噌)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흥국사의 법등국사가 중국에서 기주(紀州, 와카야마현과 미에현三重県 남부 영역)로 들여왔다고 기록된 것 그대로, 대대손손 전해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때때로 이렇게 오늘날의 생활 속에서까지 잘 보존되어 이어오는 일본의 역사를 볼 때마다 한없이 부러워지는 건 나뿐일까. 역사의 맛은 짜고 맛있었다. 킨잔지 미소는 국을 끓이기보다는 반찬처럼 먹는 된장에 가까운 타입인데, 그 옛날 절에서 여름 채소를 겨울까지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 된장 사이에 백호박(白瓜), 가지, 시소(紫蘇) 등이 들어가 술안주 같다.
킨잔지 미소를 사고, 규슈(九州)로 넘어가기 위해 시코쿠(四国)로 가서 만난 된장이 바로 보리된장이다. 시코쿠를 가로지르며 우동이며 라면이며 온갖 특산물을 먹었지만, 이전에 한 번 여행한 적이 있어 그런지 ‘역시 맛있지’하고 넘겼었다. 그러나 에히메현(愛媛県) 끝자락 야와타하마항(八幡浜港)에서 맛본 보리 100% 된장은 잊을 수가 없는 맛이었다. 한국 된장보다 일본 된장이 순한 편이지만, 그중에서도 이 보리된장은 단맛이 크게 도는 데다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보리 100%이어서 오이타현 우스키 시(大分県臼杵市)행 페리를 기다리면서 야채 스틱을 몰래몰래 보리된장을 찍어 먹는 밤은, 낭만적이지는 않아도 귀여운 추억이 되었다.
무사히 야와타하마항 - 우스키행 페리에서 내려 오이타현을 지나 쿠마모토현(熊本県)을 통과해 후쿠오카로 향하기로 했다. 쿠마모토는 쿠마몬 밖에 모르던 사람에게, 쿠마모토 아소(阿蘇)는 재료가 맛있으면 요리는 거저라는 걸 알려준 곳이다. 팀장님이 여기 두부는 꼭 먹고 싶다고 해서 향한 곳은 끝없는 초원길을 달려 나온 우부야마무라(産山村)의 키도 두부(嬉戸豆腐) 가게였다. 비 오는 우중충한 날씨 탓인지, 빗물에 젖어 더욱 진한 보라색의 노렌(暖簾) 탓인지 ‘여기라고?’ 싶은 가게의 문을 여니, 길 가 사람들이 모두 여기로 왔나 싶게 좁은 가게 안에 사람이 꽤 차 있었다. 빈말로도 밝은 점내라고 할 수 없는 가게 안을 채운 두부 찌는 증기 하며 손때 묻은 인테리어들 가운데, 팀장님은 고민 없이 요세두부(よせ豆腐,순두부) 대자로 2개나 주문했다.
차 안으로 돌아와 소금과 간장(사실 간장은 두부를 사고 나오는 길, 우부야마무라의 작은 가게에서 헐레벌떡 샀다. 그만큼 진심이셨다.)을 쳐서 한 숟가락 드는데, 깨끗한 물과 좋은 콩이 낼 수 있는 가장 순수한 맛을 접한 것 같았다. 한국에서 순두부를 먹을 때는 모두부보다 더 부드러운 두부라는 생각 외에는 달리 한 게 없는데, 이 요세두부에서는 콩의 맛이 났다. 콩 비린내가 아니라 콩의 부드러운 단맛이. 키도두부의 충격은 아소의 우유 아이스크림을 먹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여러 이벤트를 마치 퀘스트처럼 하나하나 해내 가면서 도착한 후쿠오카에 나는 덕통사고를 당했다. 도시에 덕통사고… 말이 되나 싶겠지만…
나는 어디든 여행을 가면 벽에 붙은 작은 공보까지 다 보는 습관이 있다. 후쿠오카시 지하철 화장실이었을까, ‘후쿠오카현은 유니버설 디자인 시티를 지향합니다’라는 문구에 코웃음 치며 나와놓고선, 후쿠오카 구석구석의 작은 디자인에 냅다 반해버린 것이다. 세계의 메트로시티, 도쿄에서도 가끔 ‘이걸 어쩌라고 이렇게 번역했대’ 싶은 문구를 맞닥뜨리는 일이 있는데, 후쿠오카에서는 그럴 일이 없었다. 게다가 모두 경어체인 것이 경악 그 자체였다. 의미만 통하면 괜찮을지도 모르겠지만, 역시 어떤 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는가는 디자인의 중요한 요소이다. 일본어로 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연중에 손님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일이 허다한 일본 사는 외국인으로서는 특히. 게다가 지하철마다 가문같이 마크가 디자인되어 있어서 그림 하나만 보고 내가 내릴 역이 여기임을 알 수 있는 시스템은 아기자기하면서도 잘 설계된 UX여서, 낯선 지명 확인에 신경을 곤두세울 일 없이 여행할 수 있었다.
단 하나, 조금 마음에 걸리는 것 하나는 쿠시다(櫛田)신사일 것이다. 하카타(博多) 중심부에서 게스트 하우스까지 도보권이라 오고 가며 보는 길에 큰 신사 하나가 있었다. 중심부의 큰 신사이니만큼 하카타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중요한 신사인데, 문제는 명성황후 시해 사건에 쓰인 검, 비전도(肥前刀)가 봉납되어 있는 곳이란 것이었다. 누가 그런 걸 일일이 신경 쓰겠냐만은, 나는 아무리 예뻐서 가는 신사라도 모시는 신이 한국과 관계가 있는지 찾아보고 들어갈지를 정하는지라 신경 쓰였다. 쿠시다 신사는 하카타 여행센터에서 나눠주는 한국어판 하카타 여행 책자에도 실려있는데, 얄밉게도 봉납된 비전도에 관한 명성황후 시해 관련한 이야기는 일절 나와 있지 않다. 기재 안 하는 게 일본 입장에서 보면 당연할 듯하면서도 꽁해지는 것이다. 뭐, 이렇게 하나하나 따지다 보면 임진왜란 때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출병 거점으로 삼은 곳도 후쿠오카이니, 생각이 깊어지기만 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찾아간 오오호리 공원(大濠公園)은 잔잔한 연못 위 우키미도(浮見堂)에서 석양을 바라보는 후쿠오카 시민의 여유가 부러워지는 공간이었다. 아, 물론 공원 한 바퀴를 도는 미친 짓을 하기 전까지였지만. 경보고 러닝이고 운동이라고는 일절 하지 않는 사람이 돌기에 오오호리 공원은 너무나 광활했고 결론은 너무 힘들었다. 부들거리는 다리로 스타벅스에 앉아 녹차라테를 마셨는데, 당부하기를, 스타벅스에 앉아 보는 공원 전경이 ‘참으로 아름답다’. 라이트가 하나둘씩 켜지는 우아한 후쿠오카의 저녁 공원은 이제 시작이었다.
후쿠오카로 골든 위크의 여행지를 결정했을 때, 백선생님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후쿠오카 편>을 유튜브의 추천으로 접했었다. 그중 포장마차 거리라고 할 수 있는 나카스(中洲)에 환상을 가져 굼뜬 발길을 옮겨보았다. 하지만 나카스 야타이(屋台) 스트리트를 4번이나 왕복했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앉아서 먹을 수 없었다. 특산물이나 그 지역만의 경험에는 지갑의 끈이 느슨해지는 나지만, 관광지는 관광지라 평균 가격이 도쿄보다 더 비쌌다. ENFP 친구가 부러워할 정도로 생면부지 남들에게 말 잘 거는 나조차 머뭇거리게 하는 단골과 점원 같은 풍경도 일조했지마는. 그저 인파에 휩싸여 흘러가는 것만으로, 그 분위기, 가게 점원들의 너스레 같은 것을 들으면서 한국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포장마차 존을 거닐며 혼자 보내는 후쿠오카 첫날을 마쳤다.
사실 후쿠오카에 온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는데, 바로 <하리키키가키(針聞書)>를 나의 두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었다. <하리키키가키>는 전국시대(戦国時代) 동양 의학서로 침이나 뜸에 관한 내용도 있지만, ‘몸속에는 병을 일으키는 충(虫)이 있고 이를 치료하기 위한 의술’을 묘사한 이미지로 가장 유명하다. 학교 도서관을 제집 드나들듯 다녔던 대학교 2학년 때 문화재 책으로 접하고 약 7~8년을 계속 실제로 보고 싶어 앓이를 했던 책이기도 하다. 드디어 그 책이 소장된 규슈 국립 박물관을 가게 되었으니 우중충한 날씨도 긴 시간의 이동도 아무래도 좋았다.
마치 첫사랑을 만나러 가는 듯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한 다자이후(太宰府)역은 신성하고 신선한 주색(朱色)으로 맞이해주었다. 다자이후를 상징하는 매화 문양의 발이며 조명이 마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온 온천 같은 기묘한 아름다움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런 다자이후역을 나와 국박(国博) 거리를 규슈 국립 박물관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코를 간질이는 게 눈에 슬쩍 밟힌다. 바로 우메가에모치(梅ヶ枝餅). 매화 각인을 찍은 팥소가 들어간 구운 떡인데, 철판에 바로바로 굽는 데다 떡 피가 얇아 살짝 바삭바삭한 게 고급스러운 단맛이라 한 개만 딱! 먹기 따위가 불가능한 맛이다.
우메가에모치로 입을 달래 가며 국박거리를 따라 올라가면 <어린 왕자>에 나온 코끼리를 잡아먹은 보아뱀같이 유려한 곡선의 외견을 뽐내는 규슈 국립 박물관이 나온다.
<하리키키가키>는 상설전시실에 있는데, 큐슈 국립 박물관을 대표하는 소장품으로 유명한 것치고는 전시 공간이 매우 협소해서 일본인의 파리 신드롬처럼 쇼크를 받았던 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너무 허한 나머지 뮤지엄샵에서 <하리키키가키> 그림책 1권(2~3종 있는 가운데, 제일 병충 그림이 많았다.), <하리키키가키>에 나오는 병충에 듣는다는 약이라는 콘셉트의 라무네 캔디, <하리키키가키> 병충 중 가장 좋아하는 혈적(血積) 볼펜 등 온갖 굿즈를 다 쓸어 약 만 엔 정도를 썼다. 그렇게 어정쩡하게 탈덕을 했다고 할까…
그렇다고 큐슈 국립 박물관 기행이 아주 실패는 아니었는데, 이유는 규슈 국립 박물관의 전시가 "일본 문화의 형성을 아시아사(史)적 시점에서 조명한다"라는 신선한 시점의 큐레이팅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역으로 일본과 아시아, 서양이 어떤 식으로 영향을 받았고, 그 영향이 문화재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고미술이나 박물관 전시를 꽤 다닌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여태껏 다녔던 전시 중에 가장 한반도의 영향력을 제대로 기재한 전시여서 한국인으로서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규슈 국립 박물관 옆에는 다자이후 텐만구(太宰府天満宮)가 있는데, 학문의 신으로 유명한 스가와라노 미치자네(菅原道真)를 모시는 신사라고 한다. 이런 가이드 같은 지식보다, 넓은 텐만구 안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빨간 신사나 절이란 게, 일본 생활이 길어지면 으레 그런 색이려니 싶어 감흥이 없어진다. 하지만 텐만구서는 어불성설이다. 텐만구의 볼거리인 매화도 다 진 철이었지만, 붉은 건물을 배경으로 두고 더운 볕을 받는 파란 창포가, 붉은 다리에 걸린 푸릇한 버드나무가 저세상 아름다움이니 과연 여기가 신역이다 싶다. 한 바퀴 돌아 나오는 길에 보니 소상(牛像) 앞에 관광객들이 장사의 진을 치고 있었다. 학문의 신의 신사라 그런지 소상을 만지면 시험에 붙는다고. 긴 줄에 고개를 저으며 만지기를 포기했었는데, 이제야 한번 생각해본다. 그걸 만지고자 하는 집념과 절박함이 시험에 붙게 해주는 거겠지, 나는 그런 점에 틀려먹었겠구나, 싶고?
후쿠오카 여행 마지막 날의 이벤트는 팀장님과 팀장님의 부모님(!)과도 만나 사가현(佐賀県)의 요부코(呼子)까지 나가 오징어 이키즈쿠리(活き造り)를 먹은 일이었다. 이카만쥬(イカ饅頭)며 튀김이며 다 맛있었지만, 제일 압권은 오도리쿠이(踊り食い)였다. ‘오징어가 춤추는 마을, 요부코’라는 캐치프레이즈까지는 그냥 오징어가 특산물이겠거니 했는데, 오도리쿠이는 진짜 오징어가 춤추는 것이다. 생물 오징어일 때에만 가능한 것으로 오징어 다리 회에다가 간장을 부으면 근육이 수축되면서 춤추는 것처럼 꿈틀거리게 된다. 신선함을 감상하는 거라는데, 뭔가 노골적이라 괴로운 기분이 들었다. 안 먹지는 않았지만, 춤이랑 연관시키는 그 센스에 입이 안 다물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말 그대로 신선한 거라 그런지, 동해 바다 지역 출신이라 회에 까다로운 나도 놀랄 만큼 회가 달았다. 이것은 규슈 간장이 칸토(関東) 간장보다 달아서가 정말 갓 잡은 생물 특유의 단맛이라 ‘나이 들면 규슈에서 살아야지’라는 망상에 쐐기를 박는 경험이었다.
도쿄로 돌아오는 길은 팀장님 부부와 회사 후배와도 갈라져 혼자 후쿠오카 - 나리타 국내선 비행기를 탔다. 다시 팀장님 부부의 귀경길에 객식구로 타기에는 기름값만 보태는 게 죄송스러운 일이라 사양했다. ‘엉덩이에 감각이 없어도, 시간을 물 쓰듯 써도 기차 여행의 낭만이 있지!’를 고집하며 도쿄로 돌아오기에는… 너무 길었다. 그래도 일본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는 것은 처음이라 이 게임같던 여행의 마지막 퀘스트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부터 차곡차곡 담다 보니, 미처 다 못 담은 사쿠라이후타미가우라(桜井二見ヶ浦)에서 토리이(鳥居)와 부부암(夫婦岩)이 어우러진 멋진 해안에서 석양을 본 일도, 팀장님의 오랜 모츠나베 단골집에서 배 아플 정도로 먹은 일도, 코치현(高知県) 국도를 두른 뜬금없는 가게에서 사 먹은 이모켄삐(芋けんぴ)가 인생 이모켄삐였던 것도 도쿄로 돌아오니 긴 꿈을 꾼 것 같았다.
헤이세이의 도쿄에서 시작해 레이와의 후쿠오카에서 보낸 2019년 골든 위크.
레이와의 해석은 다양했다. 아베 수상이 발표하기를, '사람들이 아름답게 마음을 맞대는 가운데, 문화가 생기고 자란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문 해석은, '세상을 평화롭게 하겠다'라고 한다.
어찌 되었건 이 좋은 뜻들에, 고이 모셔온 다자이후텐만구의 부적에다 대고 빌었다. 레이와의 땅에서 새롭게 시작한 레이와의 나날들이 레이와답기를.
글, 사진 : 도쿄도, 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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