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CK NUMBER_2022上

첫, 처음 ⑥: 일본에서의 '첫 영화관' 두근두근 첫 혼영 후기 일본에서 본 나의 첫 영화는 기무라 타쿠야와 니노미야 카즈나리 주연의 ‘검찰 측 죄인(検察側の罪人/2018)’이다. 일본의 장수 아이돌 그룹 아라시(嵐)의 팬인 나에게 지인이 토호(TOHO)시네마 전용 영화 전매권을 양도해줬다. 그런데 그때는 때는 내가 일본에 온지 겨우 일주일 밖에 안 되었을 때였다. 일본어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에서 무작정 살던 곳에서 제일 가까운 토호시네마(토호시네마 히비야 샹테 TOHOシネマ 日比谷シャンテ)를 찾아 예약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여행 때도 가본 적 없는 동네를 덜컥 혼자서 갔지만, 전혀 긴장하거나 걱정하지 않았다… 사실은 내가 제대로 잘 가고 있는 건지 싶어 한 정거장 지날 때마다 구글맵과 지하철 안내 스크린을 번갈아 확인했었지만, 좋아하는 연.. 더보기
[일본문화]일본 취업, ‘너의 정장은.’ 리크루트 수트 이야기 기온이 오르고 꽃이 필 무렵이면, 일본의 거리에서는 취업활동을 위해 움직이는 젊은이들을 자주 보게 된다. 일본의 취업 활동은 보통 졸업 학년의 봄부터 시작되는데, 이때 기업의 회사 설명회나 면접 등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리쿠르트 수트’라고 하는 일본식 취업활동 복장을 갖춰야 한다. 리쿠르트 수트는 기본적으로 블랙이나 네이비 컬러의 무늬가 없고 디자인이 획일적인 것이 특징인데, 흰 셔츠에 라인이 거의 없이 단추가 위아래로 두 개인 재킷, 남성의 경우 넥타이와 흰 양말, 검은색 구두, 여성에게는 무릎길이의 스커트와 색이 없는 스타킹, 굽이 낮은 펌프스, 심플한 디자인의 가죽 소재 가방이 기본 양식이다. 일본에서는 이런 복장이 요구되는 이유로 보통 ‘채용 시 외모가 아닌 내면을 중.. 더보기
첫, 처음 ⑤: 일본에서의 '첫 여행' 첫 여행 : 히메지(姫路城)와의 만남 오사카에서 시작한 일본 생활 첫 해, 워킹홀리데이 당시 함께 아르바이트를 했던 일본인 동료들은 ‘칸사이에 산다면 반드시 히메지성에는 가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따라 일본 전국을 방방곡곡 돌아다니며 살았지만, 정작 유명 관광지 한 번을 방문해 본 적이 없는 나를 위해 동료들은 친절히 안내 책자까지 쥐어주며 등을 밀어주었다. JR 오사카역에서 JR 고베선으로 환승해 약 한시간 가량, 특별한 계획도 없이 그저 동료들의 말을 따라 훌쩍 떠나 만난 히메지성은 '일본에서 히메지성을 보지 않으면 손해 보는 것이다'라는 그들의 말을 증명하듯, 그야말로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그 새하얀 성과 공원을 둘러싼 벚꽃으로 화려함에 화려함을 수놓은 풍경은, 몇 .. 더보기
첫, 처음 ④: 일본에서의 첫 '일본인 친구' 첫 친구, 날 응원해 준 너의 따스함. 인생에서 처음 생긴 내 일본인 친구, 하루(ハル), 시작은 펜팔이었다. 일본어를 배우고 싶은 한국인과,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일본인이 만났다. 당시 나는 한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라 서로가 서로의 나라에 가지 않고서는 직접 만나긴 어려웠고, 그저 가끔 연락을 주고 받으며 언어를 가르쳐 주는 게 전부였다. 그러기를 1년, 우연히도 나는 하루가 사는 사가 현의 회사에 취직을 해 일본으로 건너갔고, 하루를 처음으로 만날 수 있었다. 나보다 더 신나 보였던 하루는 나를 차에 태우고 그 지역 곳곳을 소개해주었다. ‘여기는 이 지역에서 유명한 바다야, 이 식당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자주 오던 식당이야. 너도 이 지역을 좋아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고 재잘대며, 자신의 고향에서 .. 더보기
첫, 처음 ③: 일본에서의 첫 '아르바이트/직장' 원래 편의점은 이런 건가요? 일본에서의 첫 아르바이트는 내 인생의 첫 알바였다. 제일 만만한 게 편의점이라는 말을 듣고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일하게 되었다. 딱히 큰 이유는 없었고 직주근접을 강력하게 주장한 엄마의 의견에 따라, 당시 살던 기숙사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골랐을 뿐이다. 처음엔 나쁘지 않았다. 일도 어렵지 않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다 친절했다. 하지만 문제는 갈수록 조금씩 드러났다. 처음엔 근무자용 이름표를 발급해 준다고 했는데, 몇 달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 동네에서 거의 유일하게 있는 편의점의 저녁타임에 일했던 터라 손님을 물밀듯이 들어오는데, 알바생은 나 혼자였다. 심지어 젊은 독신 가구보다는 가족단위가 많은 주거단지가 밀집한 동네라 더욱 바빴다. 그렇게 나는 일주일에 4일을 5시간.. 더보기
첫, 처음 ②: 일본에서의 첫 '이사' 이사를 떠나요, 현 경계를 넘어서 첫 이사는, 일본에 온 지 9개월 차(!)에 저질렀던, 도쿄 서부에서 도쿄 동부와 인접한 치바(千葉)현의 마츠도(松戸)시로의 이사였다. 어리바리 구한 첫 집에서 살며 날로 불만이 가득해졌다. 아르바이트로 돈도 얼추 모으고 일본어도 꽤 능숙해졌을 무렵, 일본부동산업체가 선간판으로 세워놓은 매물정보가 눈에 들어왔다. 전철 노선이나 역과의 거리, 건축연도에 따라 월세가 천차만별이라는 것도, 일본의 방 구조가 이렇게나 다양하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전문학교 입학 준비를 하고 있을 때기도 해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사를 해야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우연히도 같이 아르바이트하던 동료가 치바(千葉)에서 통학을 하고 있어서, 치바현 중에서도 도쿄와 인접한 곳을 중심으로 매.. 더보기
첫, 처음 ①: 일본에서의 첫 '집' 첫. 처음. 나고 자란 한국을 떠나 일본에 발을 딛은 그 날부터 내가 겪고 보고 듣는 모든 것에 싹트기 시작한 말입니다. 매년 이맘 때면 만개하는 일본의 벚꽃처럼 나의 서툰 시간에 무성히 핀 '첫'과 '처음'. 지금도 채 떨어지지 않은 이 말들의 가지를 엮으면 제법 재밌고 멋진 꽃다발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도쿄 스기나미구의 회색빛 원룸 내 첫 보금자리는, 한국 부동산 업체가 구해준 스기나미(杉並)구의 다다미 6조 크기의 원룸이었다. 집 앞의 작은 건널목이 있어, 노란 세이부신주쿠(西武新宿)선 열차가 지나다녔다. 세탁기를 놓을 수 없는 대신, 건물 2층에 코인란도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역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월세는 5만 5천 엔이었다. 불을 켜지 않은 방은 회색처럼 보였다. 세로로 길쭉한 .. 더보기
My MIYAJIMA 미야지마의 석양, 2년의 기록 히로시마 서쪽 섬, 세계유산으로도 지정된 미야지마(宮島). 세계 각국에서 매일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에서 2년을 일했다. 대부분 이츠쿠시마(厳島)신사의 토리이(鳥居)를 보러 오지만 나는 미야지마의 석양을 좋아했다. 영업시간이 5시까지라 오후에 시내로 떠나는 것이 암묵적 룰인데,미야지마에 왔다면 석양까지 보고 섬을 떠나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미야지마의 석양은 매일 다른 얼굴을 갖는다. 진한 오렌지색부터 ‘밤하늘’이란 말이 바로 떠오르는 쪽빛을 가진 석양을 보여준다. 퇴근길, 페리를 타러 걸어가는 10분 동안 석양은 늘 나와 함께였다. 때로는 어깨를 감싸주듯 내 옆에서, 때로는 나를 품어주듯 내 앞과 뒤에서. 눈물을 꾹꾹 참으며 걷는 때에도, 잠시만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한 때도,가끔 행복한.. 더보기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