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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NUMBER_2022上/2022.봄.vol.03

첫, 처음 ⑤: 일본에서의 '첫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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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라피 : 타죠

첫 여행 : 히메지(姫路城)와의 만남

 오사카에서 시작한 일본 생활 첫 해, 워킹홀리데이 당시 함께 아르바이트를 했던 일본인 동료들은 ‘칸사이에 산다면 반드시 히메지성에는 가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따라 일본 전국을 방방곡곡 돌아다니며 살았지만, 정작 유명 관광지 한 번을 방문해 본 적이 없는 나를 위해 동료들은 친절히 안내 책자까지 쥐어주며 등을 밀어주었다.

JR 오사카역에서 JR 고베선으로 환승해 약 한시간 가량, 특별한 계획도 없이 그저 동료들의 말을 따라 훌쩍 떠나 만난 히메지성은 '일본에서 히메지성을 보지 않으면 손해 보는 것이다'라는 그들의 말을 증명하듯, 그야말로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그 새하얀 성과 공원을 둘러싼 벚꽃으로 화려함에 화려함을 수놓은 풍경은, 몇 시간이고 바라만 보아도 질리지 않아 마치 건축물과 사랑에 빠질 것 같은 기분. 말 그대로 ‘첫눈에 반한 기분’이었다. 이제는 원형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오사카성과 달리, 세계유산의 명성에 걸맞게 여러 차례 보수를 거치고도 원형을 유지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히메지성은 건축물의 외형은 물론, 내부 역시 박물관처럼 조성해, 건축 당시 히메지성에서의 생활상과 전투의 흔적들을 잘 설명해주고 있었다. 밖에서 바라보는 히메지성의 아름다움 만큼이나 히메지성 안에서 볼 수 있는 마을의 풍경, 내부에서만 볼 수 있는 히메지성의 섬세한 디자인은 보는 내내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게 했다.

성 내부를 둘러보고, 다시 공원을 지나 이번에는 히메지성에서 조금 떨어져있는 일본식 정원 코고엔(好古園)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소나무 정원, 꽃의 정원, 대나무 정원 등 조용하고 한적한 일본식 정원을 9가지 테마별로 꾸며놓아 물이 있는 곳에는 물소리가, 대나무가 있는 곳에는 바람 소리가, 꽃이 있는 곳에는 꽃 향기가 마치 현실이 아닌 곳에 와 있는 것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힐링 여행을 하기에 딱 좋은 장소였다. 매일같이 보는 오사카 시내의  빌딩 숲을 떠나, 가깝지만 특별한 하루를 보낸 이 날의 이 날의 히메지 여행 덕분에, 공연이 없으면 밖에 나가지 않던 생활에서 적극적으로 관광지를 찾아 나서게 됐고, 나 홀로 훌쩍 떠나는 여행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올해도 봄은 온다. 그리고 여행은, 끝나지 않을것이다.

 

도쿄도, S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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