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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NUMBER_2022上/2022.봄.vol.03

첫, 처음 ④: 일본에서의 첫 '일본인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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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라피 : 타죠

첫 친구, 날 응원해 준 너의 따스함.

인생에서 처음 생긴 내 일본인 친구, 하루(ハル), 시작은 펜팔이었다. 일본어를 배우고 싶은 한국인과,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일본인이 만났다. 당시 나는 한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라 서로가 서로의 나라에 가지 않고서는 직접 만나긴 어려웠고, 그저 가끔 연락을 주고 받으며 언어를 가르쳐 주는 게 전부였다. 그러기를 1년, 우연히도 나는 하루가 사는 사가 현의 회사에 취직을 해 일본으로 건너갔고, 하루를 처음으로 만날 수 있었다. 

 

 나보다 더 신나 보였던 하루는 나를 차에 태우고 그 지역 곳곳을 소개해주었다. ‘여기는 이 지역에서 유명한 바다야, 이 식당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자주 오던 식당이야. 너도 이 지역을 좋아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고 재잘대며, 자신의 고향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 외국인 친구에게 더할 나위 없는 따뜻한 환영을 베풀어 주었다. 하루 덕분에 보다 빠르게 동네에 적응했고 , 마음 든든히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야 힘든 일들이 많았지만, 동네는 싫지 않았다. 또 그 곳에서 만났던 새로운 사람들과의 기억들은 지금 떠올려도 즐거운 추억이다. 때때로 일하며 겪은 수모를 하루에게 털어 놓으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다. 

 

하루는 내가 도쿄로 이사갈 때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내 이삿짐들을 흔쾌히 본가에 보관해주었고, 하루의 부모님께서도 무사히 짐을 도쿄까지 옮길 수 있도록 이삿짐 센터에 짐을 인도해 주시는 수고를 해 주셨다. 덕분에 훨씬 수월하게 인생의 재도전과 재시작을 할 수 있었고, 지금도 마음의 빚이 남아있다. 하루가 없었다면 해내지 못한 일들도 많았을 것이다.

 

 지금은 서로의 거리가 멀어져 연락도 뜸해지고 만나기도 힘들어졌지만, 가끔 연락하면 고향 친구와 같은 따스함이 전해져온다. 잘 지내니, 우리 지금처럼 앞으로도 각자의 인생 살며 잘 지내자.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카나가와 현, Jeudi


생일 선물로 한일합작밴드 멤버를 받은 건에 대하여

음악은 나의 유구한 취미생활이다. 대학교 동아리에서 기타를, 사회인 밴드에서는 드럼을 쳤다. 비록 일본 생활의 적응과 먹고사니즘이 나를 괴롭게 하더라도 음악 활동은 하고 싶었고, 일본어 학교 밖에서 일본인 친구를 사귀고 싶었다. 그래서'밴드 구인'등을 검색해, OURSOUND라는 사이트에 가입했다.(※항상 이용에 주의합시다.) 


지원 포지션은 드럼. '한국인 유학생입니다. 일본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으로 일본인 친구를 사귀고 싶습니다.'라고 글을 쓰고 좋아하는 아티스트 목록을 작성하자 몇 곳에서 연락이 왔다. 그 중 "좋아하는 아티스트 목록이 많이 겹쳐서 같이 이야기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드럼 이외의 포지션은 다 구해졌으니, 괜찮다면 빠른 시일 내에 만나고 싶네요"라고 단도직입적인 메시지가 왔다. 그 후 라인 교환과 합주실 예약까지 모두 자연스럽고 물 흐르듯 이뤄졌다. 그리고 몇주 후, 딱 내 생일에, 첫 일본인 친구들과 우에노(上野)의 낡은 합주실에서 만났다. 합주실의 무거운 문을 밀치던 순간부터 그날의 연습곡, 함께 먹었던 식사와 귀갓길 풍경까지도 나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일러스트 : 시농

그 후 여러 가지 일이 있어 밴드 구성원은 자주 바뀌었지만, 기타&보컬인 N과는 지금도 함께 5년째 밴드를 하고 있다. 나보다 3살 아래인 그는 도호쿠(東北)지역 출신으로 술을 정말 좋아하고, 친절하고 낙천적이다. 내가 새 집을 임대 계약할 때 긴급연락처로 전화번호와 주소를 빌려줬고,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마스크 부족 사태가 일어났을 땐 마스크를 나눠주기도 했다. 그와 함께 몇 차례 라이브 공연에도 섰고, 지금은 새로운 멤버를 꾸려 내게는 더 많은 일본인 친구들이 생겼다. 이 친구들과 만나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고도 신기하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곡을 연주하는 시간 동안 다 함께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

 

도쿄도, 에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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