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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NUMBER_2022上/2021.가을.vol.01

[ISSUE]안녕하세요 ? : 요즘은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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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모두의 일상을 좋든 나쁘든, 크게 바꿔 놓았다.
이 혼란 속에서도 바뀌지 않은 것은, 
모두가 행복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요즘은 어떠세요?

 

그래도 운동은 계속 되어야 한다

  원래 이렇게 운동에 미친(?) 자는 아니었다. 꾸준히 하던 운동은 7년 전부터 계속해오던 발레정도? 그마저도 일본으로 이사하기 직전과 일본에 온 직후에는 이런저런 준비 및 적응으로 바빴고, 작년 3월부터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집 안에만 콕 박혀있었다. 혼자 있으면 딱히 챙겨 먹지 않는 타입이라서, 20살 이후 인생 최저 몸무게를 찍었다. 그리고 나의 근육은 살살 녹아만 갔다...(!) 어느 날, 마르다 못해 야윈 내 몸을 보고 머릿속에서 사이렌이 울렸다. 실제로 잔병치레가 많아진 느낌도 있었다. 체력이 없어 조금만 걸어도 지쳤고, 불면증과 소화 불량은 기본, 편도염은 옵션이었다. 내가 원래 이렇게 비리비리한 사람이었나? 무엇이 문제일까 생각해보니, 딱 2가지로 결론지을 수 있었다. 식사 부실, 운동 부족.
  그래서 첫 번째 긴급 사태가 해제되는 순간부터 발레를 시작으로, 발레를 응용한 카디오 바, 자세 교정과 근육을 조금 더 세세하게 잡아주는 필라테스, 유연성과 근육을 극한까지 사용하는 폴댄스, 따뜻한 온도의 방에서 근육을 단련하는 핫요가까지 도쿄에서 운영하는 실내 운동을 거의 다 섭렵했다. 가장 큰 변화이자 가장 힘든 부분은 역시, 운동 중에도 마스크를 필수적으로 착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선 마스크를 착용하면 - 다들 체감하고 계시겠지만 - 숨쉬기가 힘들다. 아주 힘들다. 같은 동작이어도 마스크 없이 하는 것보다 2~3배는 힘들다. 그리고 마스크 안이 푹 젖는다. 땀이 자연스럽게 마르지 않고 마스크 안에 머물러 있다 보니, 지금껏 여드름이 생긴 적이 없었던 콧망울 주위에 여드름이 끊이질 않아 피부과 단골까지 되었다. 이렇듯 마스크는 불편한 점투성이지만, 그럼에도 “숨이 가빠지면 마스크를 잠시 벗으셔도 괜찮습니다.”라는 안내를 들으면 마음이 더 불편해지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그만둔 곳도 있다.
  아,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상황인가... 사람들이 나와 함께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하는 곳은 역시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감염 위험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육과 함께 내 육체가 녹아내린다. 게다가 나의 의욕이라는 녀석은 애석하게도 홈트레이닝이라는 좋은 선택지를 용납해주지 않는다. 플랭크를 30초 하라는데, 편하디편한 내 집 내 방에서는 10초만 해도 짜증이 훅 밀려오는 걸 내가 뭘 어찌해.
  그래서 나는 오늘도 운동을 하러 간다. 손 닦고, 소독하고, 마스크를 쓰고.

 


햇볕 냄새가 나는 빨래 시대의 시작

  7년간의 기숙사 생활을 경험한 나에겐 포기할 수 없는 습관이 하나 있다. 바로 햇빛이 잘 드는 날 빨래를 햇빛 아래 널어두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어 날씨를 눈으로 확인하고, 핸드폰 앱으로 다시 확인한다. 오늘 저녁까지는 맑음이군. 여유롭게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돌린 뒤 아침 회의를 준비한다. 회의를 마치면 세탁도 끝나있을 것이다. 회사 일과 집안일을 동시에 해치우며, 내가 오늘 하루를 부지런히 시작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해진다.
  축축한 빨래를 널 때까지만 해도 귀찮기만 했던 마음이, 쨍쨍한 햇빛 아래 바짝 말라가는 빨래를 볼 때는 점점 기대감으로 바뀌었다가, 마침내 따뜻하고 포근한 빨랫감들을 걷어 올릴 때면 어느새 행복으로 바뀌어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피어난다. 빨래를 개는 건 세상 귀찮은 일이지만, 빨래에서 퐁퐁 솟아나는 햇빛 냄새를 맡을 때면 순식간에 그 모든 귀찮음을 다 잊게 된다. 나는 이렇게 햇볕에 갓 구워진 빨래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하지만 햇빛 아래 널어 두는 빨래를 찬양하는 나에게, 사회인 생활은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바쁘게 빨래를 바깥에 널어두고 출근하면, 해가 다 진 뒤에야 퇴근할 수 있으니 이미 빨래는 차갑게 식어 있곤 했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전사적 재택근무가 도입되면서 나의 빨래 생활에도 볕이 들기 시작했다. 드디어 해가 뜸과 동시에 널고 해가 짐과 동시에 걷을 수 있는 자연 친화적인 빨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물론 재택근무 도입 후 출퇴근 시간이 사라지거나, 영상통화로 회의를 하는 등 여러 가지 변화가 생기긴 했지만, 내겐 언제든 빨래를 햇빛에 널고, 마른 직후에 걷을 수 있다는 변화가 가장 크게 느껴졌다.
  이렇게 삶의 질을 높여주는 재택근무의 시대가 조금은 더 오래 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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