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동물의 숲에서 같이+따로 모여 놀아요
모여봐요, 동물의 숲 ( あつまれ、どうぶつの森 ) 2020
2020년 3월에 발매된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코로나 19의 확산과 시작된 집합금지의 시류 속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며 판매되었다. 그 인기는 닌텐도 스위치 게임기의 판매까지 이어져,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프리미엄 가격을 더 주고서라도 사려는 분위기였다.
동물의 숲은 무인도에 정착하게 된 주인공(플레이어)이 함께 이사 온 동물 주민들과 교류하며 섬과 집을 꾸미고, 낚시나 불꽃놀이, 눈사람 만들기 등 계절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힐링 게임이다. 가장 특별한 매력은 플레이어들이 서로의 섬을 방문할 수 있다는 점이
다. 직접적인 대면 만남이 금지된 상황에 게임에서 친구의 집을 방문하고, 서로 채팅 혹은 음성 통화로 교류하며 아기자기한 콘텐츠를 즐기는 경험은 답답한 상황에 부닥친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코로나가 끝나면 만나자는 기약 없는 약속을, 동물의 숲에서 이뤄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FOOD
꼬들꼬들 식감이 주는 쾌감
이부리갓코 いぶりがっこ
무는 사시사철 내내 나지만, 가장 맛있는 무는 가을 무일 것이다. 무말랭이와 술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에게 추천하고픈 일본 무 요리가 있다. ‘또 절임이지?’ 하면 맞다, 또 절임이다. 그렇지만, 훈제했다면?
겉은 무말랭이와 같은 식감에, 안은 절임의 맛이, 전체적으로는 훈연 향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이것의 이름은 이부리갓코. 이부리갓코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지만, 크림치즈를 더하면 기막힌 일품요리가 된다. 고기를 곁들인다면, 추천은 오리고기. 나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금주하고 있지만, 이것만큼은 탄산수와 함께라도 먹어야 할 멋진 안주다.
원래는 아키타현에서 먹는 겨울의 저장 음식이지만, 요새는 전국의 슈퍼마켓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눈에 띄었다면, 속는 셈 치고 한 번 드셔보시라. 맛 좋은 술과 함께 가을 정취를 담은 무 안주를 입에 넣는 순간, 코로나의 불안과 외로움은 딴 세상의 일 일 테니.
SERVICE
한국어로 된 책이 주는 위안
리디셀렉트 https://select.ridibooks.com/
일본의 지자체 도서관이나 주일한국문화원에서 한국어책을 대여할 수 있지만 코로나 19사태로 인해 번거롭고 어렵게 되었다. 고민하던 차에 리디셀렉트를 알게 됐고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리디셀렉트는 한국의 리디북스가 운영하는 월간구독 서비스로,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신간부터 베스트셀러까지 수백 권의 책을 디지털 단말에서 손쉽게 읽을 수 있다. 특히, 해외 재주 한국인들이 가장 골머리를 앓는 한국 핸드폰이나 공인인증서가 필요한 결제수단이 아닌, 해외발행 카드로도 빠르게 결제할 수 있어서 이용하기 더욱 수월했다.
덕분에 코로나 19사태로 외출을 자제하는 동안에도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와 앤드루 솔로몬의 <경험 수집가의 여행>을 읽을 수 있었다. 한국어책은 나에게 조금이나마 견딜 구석을 마련해주었고, 덕분에 아주 조금 견딜만해 진 것 같다.
ARTIST
NO LIVE, NO LIFE
아티스트 NIGHRMARE
미야기현 센다이시를 거점으로 2000년 결성, 2003년 메이저로 데뷔한 일본 비주얼계 록 밴드 NIGHTMARE(나이트메어). 2006년 발매한 <the World>와 <アルミナ>가 당시 인기 애니메이션 <데스노트>의 오프닝과 엔딩 테마로 쓰여 일본 밖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2016년 보컬의 성대 이상으로 활동중단을 발표했으나 3년간의 휴식기 이후 결성 20주년이 되는 2020년, 요코하마 아레나 라이브로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후 첫 번째 전국 투어가 코로나 19의 여파로 취소되었지만 입장 관객 수를 1/10 규모로 축소하고, 마스크 착용, 공연 장내 발성 제한, 착석 공연으로 관객 간의 거리 유지 등 발 빠르게 규정을 마련해 방역수칙을 지킨 유관객 라이브의 가능성을 증명해 보였다.
화려한 메이크업과 의상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장르의 밴드지만, 그들의 매력은 누가 뭐라 해도 압도적인 라이브. 정통 록 사운드의 드럼 루카와 개성적인 곡조의 기타 사키토 두 명의 멤버가 작곡을 담당해, 때로는 잔잔한 위로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파괴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단짠단짠의 매력이 있다. 이 라이브가 있어 나는 일본에서 살아가기를 굳게 마음먹었다. 코로나 19 전에도 코로나 19 후에도 덕후의 삶에는 변함이 없다. 다음 라이브가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갈 뿐.
YOUTUBE
언제나 웃으며 ‘같이 운동해주는’ 두 사람
유튜브 땅끄부부 (Thankyou BUBU) 채널
코로나 19 사태 때문에 재택근무를 시작한 뒤, 나의 가장 큰 적은 무기력이었다. 무기력이 심해 업무만 끝나면 잠으로 이어졌고, 일-침대-일-침대 반복에서 벗어나고자 집안에서 운동을 조금씩 시작하기로 했다.
유튜브 땅끄부부(Thankyou BUBU) 채널은 집에서 할 수 있는 맨몸 운동을 주제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하루 5~30분 이상 할 수 있는 운동 영상을 올리는 피트니스 채널이다. 수많은 채널 중에서 땅끄부부 채널로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우선 영상 길이가 짧았기 때문이었다. 운동 영상을 고르다 보면 ‘아무리 기력이 없어도 내가 그래도 10분은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고, 바로 실행에도 옮기기 쉬웠다. 또 나는 운동을 하지 않았던 사람이라 영 스쿼트가 어려웠는데, 여러 난이도의 운동 영상이 있기 때문에 스쿼트 이외에도 내가 할 수 있는 난이도의 운동을 고를 수 있어서 좋았다. 제일 좋아하는 영상은 칼소폭, 칼로리 소모 폭탄이란 제목의 영상으로, 짧은 시간의 고강도 운동의 영상이다. 영상 안에는 무릎부담과 층간소음이 없는 버전도 같이 있어서, 집에서 쉽게 땀을 흘릴 수 있었다!
...라고 끝맺고 싶지만, 사실 늘 운동은 어려웠다. 그런데 인상적인 건, 영상 속 땅끄부부분들도 나만큼은 아니어도 분명 힘들어한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항상 웃으며, ‘할 수 있다’를 외친다. 강도 높은 운동 중에도 얼굴에 가득한 미소를 짓는 두 사람을 보면, 끝까지 운동해낼 힘이 솟았다. 오늘은 쉴까 했는데 딱 십 분만 해볼까.
유튜브 주소 : https://www.youtube.com/channel/UCpg89Ys3E4BaLGgEEWVmI9g
MOVIE
어디에나 있는, 지극히 평범한 로맨스
<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 花束みたいな恋をした >(2021) 도이 노부히로(土井裕泰) 監
평범한 대학생, 키누(아리무라 카스미)와 무기(스다 마사키)는, 막차가 떠난 심야의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만난다. 취향도 취미도 비슷한 둘은, 공통점이 많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껴 사귀기로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거하게 된다. 처음에는 행복하기만 했던 둘의 동거생활은, 어느 순간부터 서서히 틀어지기 시작한다. 대학 졸업 후 자격증을 따, 취직하는 키누와,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했지만, 현실의 벽을 느끼고 키누처럼 취직을 하게 된 무기.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선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키누와, 둘이 함께하는 미래를 위해 현실적인 선택을 한 무기. 둘의 의견 차는 좁혀지지 못하고 점점 멀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무기는 갑자기 키누에게 청혼을 한다.
요즘 주류인 블록버스터와는 달리, 이 영화는 ‘지극히 평범한 로맨스’의 이야기다. 20대 초반의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나이를 먹고, 현실과의 괴리에 갈등하고 멀어져가는 과정을 아주 리얼하게 그려낸다. 지금 20대를 보내고 있는 이들과 20대를 겪었던 이들도 공감할 만한 사랑과 삶이 담겨 있다. 현(現) 일본에서 제일 잘 나가는 배우 둘의 열연도 영화를 즐기는 재미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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