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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NUMBER_2022下/2022.여름.vol.04

[일본음식]입맛을 돋우는 여름 음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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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마트 한정 판매 아이스크림 : 글리코 ぎっしり満足

이미지 출처 : 패밀리마트 https://www.family.co.jp

 

한국은 이 맛을 ‘민트 초코’라고 부르지만, 일본은 보통 ‘초코민트(チョコミント)’라고 부른다. 그래서 초코민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초코민트당 チョコミン党’이라고 부른다.(‘당’이라는 한자를 ‘토우’라고 읽는 데서 착안한 말장난이다.)  초코민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본의 여름엔 꼭 편의점에서 전당대회가 열리니 꼭 참석하길 바란다. 각종 과자와 아이스크림, 빵, 심지어 맥주까지 초코민트맛 버전이 출시되니까. 그중에서도 나의 늘 스테디셀러는 바로 패밀리마트 한정으로 판매되는 글리코(glico)의   ぎっしり満足(깃시리 만조쿠: 가득 만족)이라는 초코민트 아이스크림이다. (기본은 떠먹는 아이스크림이지만, 가끔 초코샌드도 찾아볼 수 있다.) 

종이 커버를 뜯자마자 보호비닐 한 겹도 없이, 그 한 겹의 공간까지도 빼곡하게 가득 채운 쨍한 민트색 아이스크림이 까꿍 하고 나타난다. 일단 용량은 만족. 그리고 빼곡하고 촘촘하게 박힌 초코칩. 어찌나 초코칩이 많이 들어있는지, 먹다 보면 아이스크림을 ‘꼼꼼하게 씹어먹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초코칩 폭풍에 결코 지지 않는 농도의, 존재감 강한 민트맛이 입안에서 함께 어우러진다. 맛도 만족. 입 속과 목구멍까지 상쾌해지는, ‘한 개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초코민트를 만나고 싶다면, 패밀리마트로 가보자. 

 

도쿄도, 에이타


여름 메뉴, 붓카케우동 

삶은 면에 진한 간장을 약간 곁들여 먹는, 국물없는 우동인 붓카케 우동. 이미지 출처: AC Photo

내가 다녔던 대학교 식당에서는 계절마다 나오는 메뉴들이 있는데 여름에는 붓카케우동(ぶっかけうどん)이 나왔었다. 이 메뉴가 나왔다는 건 여름이란  뜻이었다. 

일본에서 처음봤던 음식이었고 무슨 맛일까 하고 먹어봤었다. 맛은 차가운 우동에 간장 맛이 강한 요리란 기억이 남아있다.  더운 여름에 학교 식당에 가면 차가운 메뉴가 몇 없으니 자주 먹었던 것 같다. 심플한 맛이지만 일본에서 먹을 수밖에 없는 요리이기도  하고 가격도 300~350엔 사이였다 보니 자주 먹었다. 붓카케우동을 일부러 먹으러 학교를 가기도 했었다. 식당에서 밥 먹고  있으면 학과 친구들이랑 만나고 떠들고 한 시간이 생각나기도 한다. 

붓카케우동은 학교 식당에서 밖에 먹질 않았던 메뉴이기도 하고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식당에서 팔 때까지 먹었던 기억이 남아있는  요리 중 하나이다. 

한 번씩 더운 여름이 되면 시끄러운 식당에서 여름이란 느낌을 받으면서 다시 먹고 싶은 추억이 있는 음식이다. 

 

도쿄도, 키라메


히야시츄카

이미지 출처: AC Photo

히야시츄카(冷やす中華 ひやしちゅうか), 이름도 참 신기하다. 차가운 중화라니? 생긴 것도 생각과 달랐다. 중식 하면 생각나는 짬뽕이나 짜장면도 아니고, 여름 하면 생각나는 냉국수나 비빔국수도 아닌데 비벼먹는 냉국수처럼 생겼다. 일본에선 여름에 뭘 먹는지 궁금했는데 중화요릿집과 라멘집에선 여름이 다가오면 큼지막한 글씨로 히야시츄카를 내 걸곤 했다. 그렇게 궁금함에 이끌려 처음 먹어본 히야시츄카는 나에게 새로운 여름의 맛으로 다가왔다.

 

히야시츄카를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새콤한 겨자였다. 고명들 사이에 노랗게 자리잡은 겨자를 보니 입에 침이 고이며 맵싸한 맛이 그려졌다. 여름의 대표적인 야채인 아삭한 오이와 색깔의 균형을 잡아주는 분홍색 햄, 새빨간 베니쇼가, 그 옆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노란 지단, 새초롬히 피어있는 검 녹빛 미역, 거기다 냉면에 빠지면 아쉬운 삶은 달걀 반쪽까지. 여름의 색과 맛이 한 그릇에 담겨 있었다. 요리를 눈앞에 놓고 보니 맛이 더 궁금해졌다. 이것들이 어우러지면 무슨 맛이 날까?

 

요리가 나오자 일단 자박한 국물에 겨자를 살살 풀어냈다. 그리고 모든 고명을 어우르듯 집어들어 큼지막히 한입을 베어 물었다. 먼저 짬뽕면 같은 쫄깃함이 살아있는 중화 면발이 풍만한 식감을 느끼게 해 줬다. 그리고 면발 사이사이에서 느껴지는 아삭하거나 폭신한 식감의 고명들, 그리고 고명의 맛과 면발의 맛 사이를 중재하는 새콤 달콤 짭짤한 육수에서는 코끝이 찡해지는 뒷 맛이 잠든 입맛을 깨웠다. 내가 방금 먹은 게 무슨 맛이지? 먹어본 적 있는 맛들이 먹어본 적 없는 조합으로 다가왔다. 냉채를 국수로 만들면 이런 맛일까? 신선한 맛의 경험이었다. 새로운 요리에서 익숙한 맛이 난다.

 

이렇게 히야시츄카의 맛을 알게 되니, 여름이 다가오면 여름에 먹게 될 히야시츄카부터 기대된다.

 

카나가와 현, 레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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