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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NUMBER_2022上/2022.겨울.vol.02

수취인불명 受取人不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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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사는
누구인지도 모르지만
고마운 당신께.

 

恭賀新禧 : 1월 22일, 나리타 공항 출국심사대에 근무했던 당신께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입니다. 제공: AC Photo

작년은 참으로 다사다난했지요. 만약 당신이 여전히 나리타 공항에서 일하고 있다면, 많은 게 바뀌고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1월 22일, 이제는 왜 그날, 한국행이었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단 하나, 똑똑히 기억하는 것은 당신과의 일입니다. 별일 없이 지나갈 수 있는 출국심사대에서도 똑 부러진 일본어를 구사해야 한다는 긴장감에, 뻣뻣하게 여권을 건넸던 것을 기억합니 다. 내 인적사항 페이지를 보고, 다시 나와 눈을 맞추며, “오늘 생일이네요. 축하해요. 모국에 가서 즐겁게 있다 와요.”하고 다시 여권을 돌려준 당신. 여권 앞 페이지를 하루에 몇 번을 볼까요? 그 루틴 속에서 당신이 내게 주었던 작은 친절은, 일본에서 맞던 여러 번의 사랑스러운 겨울 기억 중 하나로 내 마음속에 콕 박혔답니다. 나에게 멋진 겨울의 기억을 선물해준 당신도, 부디 다음 겨울이 올 때까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도쿄도, 쥬니

 


2018년 초겨울 일요일, 편의점에 들렀던 여성 분께

안녕하세요. 이름을 몰라, 당신이라고 적습니다. 아마 이 1분도 채 안 되는 만남을 기억하지 못하실 겁니다. 매장에서 외국인 점원만 보면 무시를 일삼는 남자 손님이, 거스름돈을 늦게 준다고 내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나갔습니다. 당신은 그 뒤에 계산 을 기다리며 서 있었죠. 마스크 밑의 속상한 표정과 눈에 고인 눈물을 나는 당신에게 들키고 말았습니다. 공공요금납부서를 가져왔던 거로 기억합니다. 당신은 계산대에 납부서를 꺼내며 매장 출입구 쪽을 쓱 흘겨보며 “뭐 저런 사람이 다 있담. 정말 성격 나쁘네.(なんだ、 あの人。性格すごく悪いな。)”라고 했죠. '요금 확인을 위해 화면을 터치해주세요’ 라고 말하는 내 목소리는 목이 메어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저런 사람 신경 쓰지 마요. 당신, 전혀 문제없으니까.(あんな人は気にしないで。お姉さん全然 問題ないから。)”라며 화면의 OK버튼을 가볍게 눌러줬습니다. 당신은 납부금액을 맞춰 봉투에 담아왔기에 금방 매장을 떠났습니다. 도장을 찍은 납부확인증을 돌려 드리며 감사하다고 말했는데, 들리셨을지요.. 저는 그 후 일본에 취직해, 새해 4월이 지나면 3년 차 사원이 됩니다. 이름 모를 당신이 제게 전해 준 것처럼, 일본에서 받은 작은 친절과 격려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 니다. 새해에는 당신이 지금까지 베푼 작은 친절들이, 당신에게 행운으로 돌아가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도쿄도, 에이타

 


전자렌지, 아직 잘 쓰고 있습니다.

오야상(집주인,大家さん), 오사카에 5년 만에 눈이 찾아왔던 그 겨울을 혹시 기억 하고 계시는가요? 그즈음 나는 일본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집을 직접 보지 못하고 한국에서 전화로 구한 탓일까. 처음 맛본 일본 집은 내게 너무 추웠습니다. 거기에 한국에서 부친 짐을 실수로 옆집 주소로 보내는 등 여러 가지 사건・사고들이 있어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어수선했던 어느 날, 에어컨 난방이 잘 안 돼서 당신에게 연락했습니다. 당신은 바로 달려와 주었고, 수리는 물론이고 필요한 것이 없는지 재차 물어봐 주셨습니다. 나는 그때 전혀 일본어를 못해서 거의 바디랭귀지로 얘기하고 있었는데, 당신은 제 눈을 마주 보고 차근차근 들어주셨죠. 또 말을 못 하고 당황스러워하고 있자,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며 느리지만, 한국말로 인사해줬습니다. 그러다 집안을 보시고는 밥은 먹었는지 물어보셨죠.

 

“전자레인지는 있니?”

“ ......?”

“칭! 하면 밥 따뜻해지는 거 있어?”

 

그제야 전자레인지 이야기인 줄 알고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필요하면 가질래?”라는 말씀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필요하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그럼 다시 올게”라는 인사와 함께 나에겐 전자레인지가 생겼습니다. 이제 일본 살이 5년 차에 접어드는데, 아직 그 전자레인지와 잘 살고 있습니다.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일본에서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당신, 올해도 내년도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도쿄도, 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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