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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생활

첫, 처음 ②: 일본에서의 첫 '이사' 이사를 떠나요, 현 경계를 넘어서 첫 이사는, 일본에 온 지 9개월 차(!)에 저질렀던, 도쿄 서부에서 도쿄 동부와 인접한 치바(千葉)현의 마츠도(松戸)시로의 이사였다. 어리바리 구한 첫 집에서 살며 날로 불만이 가득해졌다. 아르바이트로 돈도 얼추 모으고 일본어도 꽤 능숙해졌을 무렵, 일본부동산업체가 선간판으로 세워놓은 매물정보가 눈에 들어왔다. 전철 노선이나 역과의 거리, 건축연도에 따라 월세가 천차만별이라는 것도, 일본의 방 구조가 이렇게나 다양하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전문학교 입학 준비를 하고 있을 때기도 해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사를 해야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우연히도 같이 아르바이트하던 동료가 치바(千葉)에서 통학을 하고 있어서, 치바현 중에서도 도쿄와 인접한 곳을 중심으로 매.. 더보기
첫, 처음 ①: 일본에서의 첫 '집' 첫. 처음. 나고 자란 한국을 떠나 일본에 발을 딛은 그 날부터 내가 겪고 보고 듣는 모든 것에 싹트기 시작한 말입니다. 매년 이맘 때면 만개하는 일본의 벚꽃처럼 나의 서툰 시간에 무성히 핀 '첫'과 '처음'. 지금도 채 떨어지지 않은 이 말들의 가지를 엮으면 제법 재밌고 멋진 꽃다발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도쿄 스기나미구의 회색빛 원룸 내 첫 보금자리는, 한국 부동산 업체가 구해준 스기나미(杉並)구의 다다미 6조 크기의 원룸이었다. 집 앞의 작은 건널목이 있어, 노란 세이부신주쿠(西武新宿)선 열차가 지나다녔다. 세탁기를 놓을 수 없는 대신, 건물 2층에 코인란도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역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월세는 5만 5천 엔이었다. 불을 켜지 않은 방은 회색처럼 보였다. 세로로 길쭉한 .. 더보기
[화양연화]프롤로그 10년.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을 일본에서 보냈다. 10대의 끝자락에 도쿄의 한 ​미술대학에 진학해, 20대의 끝자락에서 1년 늦은 2020 도쿄 올림픽・패럴림픽과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들썩이는 일본을 뒤로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일본에서 보낸 10년의 이야기를 여기에 풀고자 자그마한 자리를 얻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일본에서도 확산세였던 2020년 겨울, 나는 일시 귀국했다. 회사가 감사하게도 여러모로 사정을 봐주어, 한국에서 한 달간 재택근무를 하게 됐기 때문이다. 처음 발을 딛는 인천 국제 공항에서 유증상자로 분류되어 코가 쑤셔지는 가운데, 나는 생각했다. 살았다. 당시의 나는 죽어가고 있었다. 편도 1시간 거리의 회사에 가기 위해 텅 빈 토자이(東西)선을 타면서, 내가 탄 차량의 창문이 전..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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