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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일본에서 그래픽디자인 하기

일본에서 그래픽디자인 하기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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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디자인, 또는 디자인에 대해 논하기엔 아직 새파란 신입입니다. 그래픽 디자이너라는 직함을 달고 밥벌이를 한 지 이제 갓 3년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명함에 ‘디자인 팀’ 또는 ‘디자이너’라고 적혀있는 것이 어색하기만 합니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미대입시를 준비하는 한국의 디자이너 양성의 기반을 생각하면, 내 명함의 존재 자체가 부끄럽기까지 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을 어릴 때부터 좋아해서 미술학원에 오래 다니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한국의 대학에서는 문학을 전공했고, 출판사를 다녔습니다. 디자인을 공부한 것은 일본의 디자인 전문학교에서의 2년이 전부입니다. 실무 경험도 아직 적습니다. 즉, 미술학도로써의 출신성분이나 내공도 말하자면 ‘성골’ 디자이너인 사람이 아니며, 실무 면에서도 많이 미숙한 사람입니다. 즉, 이는 이 글은 절대적인 사실만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으며, 높은 정확도와 신뢰도를 보장하고 있지 않음을 우선 밝혀둡니다.

 



그럼에도 부끄러움과 자괴감을 무릅쓰고 글을 쓰기로 다짐한 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기록의 목적입니다. 출판편집디자인 업무를 했던 것은 2020년부터 2022년 사이의 일로, 현재는 이직을 통해 다른 디자인 환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쓰지 않는 근육은 둔해지고 움직임을 잊어버리듯, 당시에 배우고 겪었던 것들은 훗날 잊힐 것입니다. 그렇지만 나중에라도 다시 이 지식이 내게 필요해질 수도 있겠죠. 이것이 훗날, 나의 디자이너 경력의 오답노트 같은 존재가 됐으면 합니다. 혹여 먼 훗날 그래픽 디자이너를 그만두더라도, ‘젊은 날에 이런 것을 좋아했고, 이렇게나 공부했었다’는 흐뭇한 흔적이 되길 바랍니다.

둘째는 글쓰기의 연습입니다. 외국에서 장기 체류한 경험이 있으시거나 거주하고 계신 분들은 아실겁니다. 내 모국어가 얼마나 빠르게 잊히는지, 그리고 현지의 외국어는 왜 이리도 숙달이 더딘지 말입니다. ‘해외에 오래 살면, 남의 나라 말도 잘 못했는데 내 나라 말도 잊어버려서 결국 0개 국어 구사자가 된다’라는 농담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과 돈과 열정을 투자해 익힌 한국어 능력이 해마다 사라져 가는 것을 느낄 때마다 불안합니다. 이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더 읽고 적는 것’ 뿐이겠지요.

셋째는 작디 작은 소망에 지나지 않지만,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궁금증을 해소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살며 겪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만든, 지극히 사적인 목적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계정에 종사 업종을 밝힌 후, 일본의 디자인 업계, 디자인 스킬에 관한 질문을 몇 번 받은 적이 있습니다. 사적인 목적의 계정에서 받은 질문에, 제대로 정리된 답변을 드리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옛말에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알고 겪은 것들이 티끌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잘 모아두면 좋은 티끌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에서의 디자인 경험은 전무한, 그런데도 어째서인지 일본에서 일본어로 디자인 일을 하고 있는 한국인이라는 ‘이상한 관찰자’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배운 것을 복습하는 학생의 기분으로, 잡담과 사담을 적당히 섞어가며 이아기를 이어갈까 합니다.
언제나 쓰기도 쉽고 읽기도 쉬운 글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재미있게 읽어주시기를 바랍니다.

 

2023년 6월의 시작에서, 에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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