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참 여러가지 ‘3대’가 있다. 3대 풍경, 3대 정원, 3대 축제, 3대 호수 등 뭐든지 일단 TOP3를 정하고 본다. 그 중에서도 여행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아둬야 한다고 관광전문학교 시절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것이 일본삼경 (日本三景 니혼산케이 : 미야기현 마츠시마, 교토부 아마노하시다테, 히로시마현 미야지마)과 동북삼대축제 (東北三大祭 도호쿠 산다이 마츠리 : 아모리현 네부타 마츠리, 아키타현 칸토우 마츠리, 미야기현 센다이 타나바타 마츠리) 다. 일본의 관광전문학교는 커리큘럼의 일부로써 1학년 때 반드시 국가 자격증인 여행업무취급관리자(旅行業務取扱管理者)를 취득하게 하는데, 이 자격 시험에는 ‘일본지리’라는 무시무시한 과목이 포함되어 있다. 일본에서 나고 자라지 않은, 외국인 유학생인 나에게 일본 전국의 지형, 지리, 관광지와 축제 등을 모조리 암기해야만 하는 지리는 시련과 고난이 아닐 수 없었다. 당시의 나는 학업에 뒤쳐질지도 모른다는 초조함과 다급함에,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경험하면 확실하게 기억에 남지 않을까?’라는 발상에 도달하기에 이른다. 특히 미야기현 출신의 밴드(=나이토메아)를 따라 일본에 온 나는 우선 미야기현(宮城県)이 있는 동북지방의 6개현인 아오모리현(青森県), 아키타현(秋田県), 이와테현(岩手県), 야마가타현(山形県), 미야기현(宮城県), 후쿠시마현(福島県) 만큼은 완벽하게 암기하리라 각오를 다졌고, 여행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아둬야한다고 수업 시간에 지겹게 들어온 동북 지역 3대 마츠리를 직접 경험해보기로 했다.
아키타
동북 3대 마츠리는 모두 여름에 집중되어 있다. 지역 최대의 축제 시즌인 만큼 이 시기에는 동북지역으로 넘어가는 교통편, 마츠리 전후로의 모든 숙박시설이 여행사에 의해 사전에 예약되어 있어, 개인 여행보다는 패키지를 이용하는 것이 저렴하고, 효율적이다. 비행기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시즌의 패키지는 대부분 신칸센(新幹線)을 이용한다. JR동일본의 아키타 신칸센 코마치(こまち)와 하야부사(はやぶさ)는 도쿄역에서 연결된 상태로 출발하지만, 빨간색이 아키타현으로 향하는 코마치, 파란색이 홋카이도의 신하코다테까지 가는 하야부사로 도중에 분리 운행을 실시하는 독특하고도 재미있는 신칸센이다. 당시에는 오사카에 거주했기 때문에 약 오전 9시에 신오사카에서 출발해 도쿄에서 환승, 오후 4시경, 첫번째 코스인 칸토우 마츠리(秋田県 竿燈まつり)를 보기 위해 JR 아키타역 도착했다.
아키타 칸토우 마츠리는 매년 8월 3일부터 6일까지 아키타 현의 아키타 시에서 개최된다. 거대한 장대에 제등을 벼 이삭 모양으로 걸어 이마와 허리, 어깨등에 얹어 기술을 펼치는 축제로 이삭 모양의 장대가 보여주듯 풍작과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해가 진 뒤에 시작되는 축제인 만큼, 이른 저녁 식사 후 호텔 체크인을 마치고 아키타 중심가로 향했다. 조금 일찍 도착한 거리는 축제 준비가 한창이였는데, 장대 퍼레이드를 펼칠 참가자들이 제등 안에 초를 넣어서 하나하나 불을 붙이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일본의 많은 축제가 그렇지만, 동북3대 마츠리는 특히나 지역 주민들의 자주적인 협력과 참여로 이뤄진다. 밤이 되고 거리 행진이 중반에 접어들면, 북과 피리 소리를 신호로 약 300그루에 달하는 장대들이 일제히 솟아오르는 장관이 펼쳐진다. 화려한 묘기도 물론이지만 각자의 기술을 뽐내는 참가자 모두가 전문 예술인들이 아니라 평범한 지역 주민들이라는 점에서 일본인들이 얼마나 마츠리에 진심인지를 느낄 수 있다.
장대 묘기가 펼쳐지는 약 한 시간동안, 관객들은 ドッコイショードッコイショー(도코이쇼- 도쿄이쇼-) 하는 특유의 구호를 함께 외치고 박수를 치며 연기를 펼치는 모두를 응원한다. 퍼포먼스와 퍼레이드가 모두 마무리되면, 관람객들에게 장대를 직접 들어보거나 태고를 배울 수 있는 체험 시간이 주어진다. 10살 남짓의 아이가 들었던 작은 장대도, 중심을 잡는 것조차 어려워서 새삼 이 축제를 위해 모두가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지 실로 존경스러웠다.
축제 기간이 아니더라도 아키타 칸토우 마츠리는 시내에 위치한 아키타 민속 예능 전승관(秋田市民俗芸能伝承館)을 통해 언제든 체험 해 볼 수 있다. 지역 주민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는 민속예능전승관은 칸토우 마츠리에 관한 것들 이외에도 아키타현 고유의 민속 공예와 전통 문화등을 소개하고 입장료등의 수익은 축제와 기술 전승을 위해서 사용된다고 한다.
패키지 여행의 특성 상 더 많은 곳을 둘러보지 못한것이 아쉬웠지만, 아침 일찍 아키타 시내를 한바퀴 돌아보고 다음 목적지인 아오모리현(青森県)을 향해 출발했다.
글, 사진 : 도쿄도, S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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