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내 곁에 음악을 두기 에어팟 2세대
아지랑이가 피는 봄, 졸린 눈을 뜨려고 출근 전철 안에서 과격한 트랜스코어 메탈을 듣고 있었다. 어느 여성분이 친절한 목소리로 ‘저기, 이어폰 소리가 새고 있어요.’라며, 닳을 대로 닳아 절연테이프를 감아 쓰고 있던 내 유선 이어폰의 사망을 확인해줬다. 그 무렵 긴급사태 선언으로 재택근무가 시작됐다. 음악을 밖에서 들을 일도 줄었다. 이어폰을 새로 사야 한다는 것도 그간 잊어버렸다. 출근이 시작되고서야 알아챘다. 음악의 빈자리를.
에어팟 2세대는 신 기종 에어팟 프로보다 가격이 저렴한 대신,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없다. 사실 주변 소리가 완전히 차단되는 게 무서웠고, 에어팟 프로보다 배터리 수명이 긴 것이 좋았다. 귓구멍이 작아서 떨어지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귀에 안정적으로 착 감긴다. 애플 워치와 연결하면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둘 수 있어서, 스마트폰 대신 음악에 집중하거나 책을 읽곤 한다. 전철을 탄 나는 언제나 지쳐 있지만, 음악은 그런 나를 매일 다독이고 일으켜준다. 올해도 출퇴근길을 잘 부탁해.
도쿄도, 에이타
나를 나 답게. 타투
자신에게 당당해지기로 한 순간부터 수없이 들어온 말들이 있었다.
‘어른이 되면 달라질 거야.’
‘잠깐 지나가는 시기일 뿐이야.’
나를 부정하는 말들에 대한 반론이자, 모든 것에 지쳐 포기하고 싶어졌을 때 숨길 수 없고 도망칠 수 없도록, 스무 살이 되던 해 첫 문신을 새겼다. ‘나는 달라지지 않았고, 달라지지 않는다.’ 목 뒤에 새겨 넣은 여덟 글자는 비로소 완전한 내가 된 것 같은 자유와 해방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성별, 나이, 언어, 국적, 인종, 생김새 어느 것 하나 내가 원해서 선택하지 않았지만, 내 인생은 오롯이 나의 것이다. 문신은 인생을, 주어진 것을 넘어선 나의 선택으로, 나를 나답게 만들어준다. 2021년 이번 연말로 일본 생활도 꽉 채운 5년 차, 올해는 스스로에게 크고 멋진 날개를 선물하기로 했다.
세상의 시선이 어떻든 나는 나만의 길을 걷는다. 더 멀리,
더 자유롭게, 더 과격하게.
도쿄도, SWAN
현생에 치이던 어느 날의 달콤한 만남 긴자 미쯔코시 발렌타인 특설 이벤트
때는 2019년. 당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긴자 미쯔코시 백화점 7층에서는 발렌타인 특설 이벤트가 열리고 있었다.
쉬는 시간에 잠깐 가보니,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국내 각지의 브랜드 초콜릿과, 발렌타인 시즌 한정으로 입점한 해외 쇼콜라티에들의 초콜릿이 즐비해 눈도 마음도 행복했더란다.
플로어를 몇 바퀴고 돌면서, 시식 초콜릿을 맛보는 그 시간은 입도 행복해졌다. 평소엔 볼 수도 없는 고급 초콜릿들을 잔뜩 먹고 나니 입이 달아 정수기 물을 마시는 것도 좋았다. 시식 끝에 두 개를 구입했는데, 패키지도 선물용 디자인이라 멋스럽고 귀엽다. 초콜릿은 집에서 하나씩 감상해가며 즐겁게 먹었다. 사실 제일 맛있었던 초콜릿은 직원용 휴게실 근처에서 떨이로 팔던 초콜릿이었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가게 이름을 찾아보며 다시 일본에 들어올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지도 벌써 2년, 코로나19로 외출이 조심스러운 시기이지만 올해 2월 역시 긴자 미쯔코시 백화점으로 발을 옮기게 되지 않을까?
도쿄도, 개복치
새롭게 도전하는 나를 위해 인테리어 탈바꿈
지금까지 5년간 몸담았던 여행업계를 떠날 결심을 했다.
여전히 코로나 19 사태는 나아지지 않고 있고, 백신 접종률은 높아진다지만 여행업계의 불황은 한동안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업계로의 도전을 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정말 가고 싶었던 IT 기업에서 합격 통지를 받았고, 새로운 업계로의 이직에 성공했다.
2021년이 나에게 다이어트라는 과제를 줬다면, 2022년은 나에게 새로운 커리어라는 과제를, 벌써 던져줬다. 마음 가짐을 새롭게 하기 위해, 그리고 이직 후에도 이어질 재택근무를 위해 인테리어와 가구를 싹 바꾸기로 했다. 그것은 직장에서 열심히 해보라는 격려이자, 사람과 시간에 치이며 5년간 수고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야심 차게 산 것은 이케아 데스크와 의자, 그리고 트롤리 세트. 여기에 화룡점정으로 딥티크의 캔들과 향수를 샀다. 벌써 방안이 새로운 향기와 공기로 가득하다. 이 기세로 뭐든 해보는 거야, 새롭게!
작고 반짝이는 것이 최고 반지
신화 속의 프로메테우스가 독수리에게 생살을 뜯어먹힌 경험을 기억하기 위함이었던 손가락의 작은 장식은, 이제 현대에도 ‘기념’하면 빠질 수 없는 아이템이 됐다. 반지 말이다.
사회인으로서의 첫 1년을 무사히 마무리지었다는 기념으로 ‘스스로에게 무언가를 사주자!’라고 결심했을 때, 마음은 곧 보석 반지로 가득 찼다. 비록 프로메테우스처럼 생살이 뜯기진 않았지만, 적응되지 않는 영업직에 속 곯아가며 일을 배워나가는 처지였으니.
내가 산 반지는, 결혼반지로 한국에서 한때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반지다. 그것을 내가 온전히 번 돈으로 날 위해서 삼으로, ‘나는 혼자서도 잘하는 사람이다’를 증명하고 다짐하고 싶었다. 반지를 볼 때마다 모 애니메이션의 명대사를 생각한다. “나는 지금까지 잘해왔어. 나는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소비가 나를 증명해주지 않는다는 건 알지만, 가끔 자본주의적 용기가 필요할 때가 있으니까.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삶에도 행복한 증명들이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소망하며.
도쿄도, 타죠
나를 위한 공간,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일본 자동차 운전면허
코로나 19 사태가 지속되자 공간의 의미가 더 중요하게 다가왔다. 온전히 나를 위한 공간을 갖고 싶다. 남의 발과 공간을 빌려서 이동해야 하는 지금보다 더욱더 자유로워지고 싶어, 그렇게 운전면허를 생각하게 됐다. 또 일본에서 가보고 싶었지만, 교통편이 불편해서 갈 수 없었던 곳. 특히 밤이 되면 교통편이 끊겨서 쉽게 갈 수 없었던 곳, 별을 보러 가고 싶었다.
하지만 한국보다 운전교습소에서의 비용이 생각보다 비싸서, 일단 조금씩 저축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1종 면허 AT(Auto, 자동 운전으로 일반 자동차)는 29만 엔, MT(매뉴얼 운전면허)가 최소 30만 엔 정도 드는 듯하다. 언젠가 별이 쏟아지는 밤에 차를 달려, 밤하늘 아래에서 차를 마실 그날을 나에게 선물하고 싶다.
사진은 언젠가 오키나와 뚜벅이 여행을 하다가, 한밤중에 길을 잃고 조우한 야경이다. 조금만 더 가면 별구경 명소였는데 너무 무서워서 그냥 돌아오고 말았다. 그게 아직도 참 아쉬운 기억이었다.
도쿄도, 해세
'BACK NUMBER_2022上 > 2022.겨울.vol.02' 카테고리의 다른 글
[PICK UP]Song of the year 2021 (0) | 2022.03.31 |
---|---|
일본 겨우살이: 방한용품 이야기 (0) | 2022.03.31 |
[PLACE] 찬바람 불면 생각나는 오뎅 (0) | 2022.03.27 |
[화양연화]겨울편 (0) | 2022.03.27 |
히로시마 카레 The love : 카레맛집 탐방기 (0) | 2022.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