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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구無垢함이 사라져도
여름에 겨울 냄새 : 2010년 겨울 도쿄
그저 '일본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만 19세에 오사카로 유학을 떠나 맞이한 겨울방학 때였다.
학교 친구들 대부분이 일본 어디론가 여행을 간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난 도쿄에 가고 싶었다. 여행 책을 보며, 언제 가게 될지도 모르며 계획을 세웠다.
드라마를 보면서 '시모키타자와는 이런 곳이겠지', '아사쿠사는 저런 곳이겠지'하고 내 안의 도쿄는 점점 커져갔다.
하지만 돈이 없었다.
한 그릇에 100엔인 면과 국물만 있는 우동만 먹으며 버티던 시절이라 신칸센은 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야행 버스였다.
모든 게 처음이었기에 긴장했던 탓일까, 오사카에서 도쿄까지 달리는 8시간 동안 한숨도 자지 못한 채 신주쿠에 내던져졌다.
지하철은 어디서 타면 되는지, 도대체 난 어디에 있는 것인지, 주위가 빙글빙글 도는데 가슴은 터질 것 같았다.
늘 머릿속에서만 그리던 도쿄가 내 눈앞에 있었다. 드라마에서 보던 도쿄에 내가 존재하고 있었다. 순진 무구라는 네 글자가 얼굴에 쓰인 채.
그땐 그토록 무구했었는데.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학생 신분이 아닌 사회인으로서 히로시마에서 돈을 번다.
어느새 계절은 여름이 되었는데 매일에 허덕이다 아주 가끔 나는, 그날의 도쿄에서 맡은 겨울 냄새를 떠올린다. 더 이상 순진무구하지는 않은 얼굴로.
히로시마 현, 시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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