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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수취인불명 受取人不明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도 모르지만 고마운 당신께. 恭賀新禧 : 1월 22일, 나리타 공항 출국심사대에 근무했던 당신께 작년은 참으로 다사다난했지요. 만약 당신이 여전히 나리타 공항에서 일하고 있다면, 많은 게 바뀌고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1월 22일, 이제는 왜 그날, 한국행이었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단 하나, 똑똑히 기억하는 것은 당신과의 일입니다. 별일 없이 지나갈 수 있는 출국심사대에서도 똑 부러진 일본어를 구사해야 한다는 긴장감에, 뻣뻣하게 여권을 건넸던 것을 기억합니 다. 내 인적사항 페이지를 보고, 다시 나와 눈을 맞추며, “오늘 생일이네요. 축하해요. 모국에 가서 즐겁게 있다 와요.”하고 다시 여권을 돌려준 당신. 여권 앞 페이지를 하루에 몇 번을 볼까요? 그 루틴 속에서 당신이 내게 주었.. 더보기
[요리]재택근무 토스트 재택근무 여부와는 상관없이 맛있다. 이 토스트는 2020년 5월 치바 현 마츠도(松戸)시의 한 원룸에서 유래됐다. 생애 첫 재택근무가 시작된 봄, 일에 방해가 되지 않게 집을 깔끔하게 정돈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어느 날, 냉장고 구석에서 박혀있던 시드 머스터드 한 병을 발견했다. 일본 슈퍼의 소고기 매대 근처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사이즈로 보아, 월급날 소고기를 사 면서 냉큼 집어온 게 분명했다. 버리기도 아깝고, 고기와 먹자니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았다. 그때 불현듯 한 국에서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에 배운 레시피가 떠올랐다. 이 레시피를 최대한 간소화시켜서,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애매하고 값싼 식자재들로, 아침에 눈 떠서 15분 이내에 후다닥 만들 수 있는 토스트를 개발했다. 고작 시드 머스터드 한.. 더보기
복실복실福実福実② : 일본에서 보내는 연말연시 빚나이다 빚나이다 만두 빚나이다 코로나19라는 괴물이 찾아온 뒤로 벌써 다섯 번 째 큰 명절이 지나가려 합니다. 한국에 돌아가지 못하는 명절은 서운함과 우울함으로 뒤엉키기 십상인 것 같습니다. 제게는 우울할 때 마다 하는 습관, 이라기보단 ‘의식(ritual)’이 있습니다. 만두는 빚는 일입니다. 만두가 제갈량의 제의에서 비롯됐다는 설을 빌린다면, ‘우울함을 물리치는 의식’으로서의 만두 빚기 역시 이상할 것은 없지 않을까요. 속상한 마음들도 결국 소화해야 할 것들이니. 만두 소 재료들을 잘게 다지는 김에 함께 다져버리고, 고기와 섞어 치대고, 윤기가 차르르 도는 만두피로 한 장 한 장 예쁘게 싸 둡시다. 어찌 보면 흉하기도 한 검붉은 만두 소가 하얀 만두피에 싸여 하나 둘 쌓이는 걸 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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