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썸네일형 리스트형 [화양연화]프롤로그 10년.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을 일본에서 보냈다. 10대의 끝자락에 도쿄의 한 미술대학에 진학해, 20대의 끝자락에서 1년 늦은 2020 도쿄 올림픽・패럴림픽과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들썩이는 일본을 뒤로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일본에서 보낸 10년의 이야기를 여기에 풀고자 자그마한 자리를 얻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일본에서도 확산세였던 2020년 겨울, 나는 일시 귀국했다. 회사가 감사하게도 여러모로 사정을 봐주어, 한국에서 한 달간 재택근무를 하게 됐기 때문이다. 처음 발을 딛는 인천 국제 공항에서 유증상자로 분류되어 코가 쑤셔지는 가운데, 나는 생각했다. 살았다. 당시의 나는 죽어가고 있었다. 편도 1시간 거리의 회사에 가기 위해 텅 빈 토자이(東西)선을 타면서, 내가 탄 차량의 창문이 전.. 더보기 [일본여행]나가노현 가미코치에서의 우중 산책 재택근무 2년 차, 서당 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던데 집에서만 생활한 지 2년이 되어가자 이제 집안일의 달인이 되다 못해 집에서 혼자 노는 것에도 도가 텄다. 특별히 무언가 하지 않아도 어느새 시간이 사라져버리는 나날들의 연속,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해진 생활에도 익숙해졌다. 그러나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욕망이 있다. 이 좁은 방을 벗어나 광활한 자연을 만끽하고 싶은 욕망! 바다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내 친구는 이런 현상을 ‘혈중 바다 농도가 떨어진 상태’라고 표현하던데, 그렇다면 나는 비슷한 맥락으로 ‘혈중 여행 농도가 떨어진 상태’일 것이다. 이 여행농도를 올리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여행을 떠나는 것. 그렇게 결정한 여행지는 나가노에 있는 가미코치(上高地)다. 가미코치는 나가노현(長野)에 위치한 .. 더보기 이전 1 다음